<국악순례>男唱가곡 編樂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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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萬年長歎之曲이라는 말이 있다.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가.
음악에는 기악과 성악이 있다.국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국악의 성악 분야에 시조와 판소리가 있고,가사와 가곡 같은 것이 있다.여기서의 가곡은 우리들이 흔히 말하고 있는「한국가곡」과는그 성격이 다르다.
김동진 가곡류를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가을맞이 가곡의 밤」같은 데서 부르는 노래와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歌曲」이라고 할 때의 가곡과 전통음악의 한 분야로서의 歌曲은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말이다.우리가 흔히 말하고있는 한국가곡은 알고 보면 그 음악적 속성이「한국」과 상관된다기 보다「서양」과 상관된다.우리는 대부분 이 사 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우리 전통음악의 한 분야인 가곡 즉 만년장탄지곡을 좋아한다. 李珠煥編 『歌曲譜』를 보면 男唱가곡에 26곡,女唱가곡에15곡이 있다.나는 이 모두를 음악적 보물로 본다.특히 남창가곡의 하나인『편악』을 나는 좋아한다.악보를 구하고 테이프를 구해서 이 노래를 배운 일이 있다.부르면 부를수록 좋아 지는 것이 이 노래다.
서양식 음정으로 부르면 노래의 맛은 완전히 죽어버린다.장음계와 단음계로 구성된 음정관계로『편악』을 부르면 그야말로「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그러나「나무도 바히들도 없는…」이라는 노래말로 시작되는 이 절묘한 노래를 平調라는 톤(tone)시스템으로 부르면 그 맛이 기막히게 된다.
상대하면 상대할수록「헌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새 것」이 되어버리는 불가사의한 노래가『편악』이다.특히 계면조로 바뀌는 노래의 후반부로 가면 그 맛은 절정에 이른다.
『한국음악선집』(국립국악원발행)에서 이동규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이 노래의 가치를 실제로 확인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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