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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강북삼성병원 "서로 평가해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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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달 19일 수원 아주대병원에 경쟁 병원인 성빈센트병원의 의사와 관리직 직원 20여 명이 방문했다. 이들은 병원 평가점검표를 들고 하루 종일 의무기록 관리, 중환자실 운영 상황 등을 점검했다. 다음날은 아주대병원 관계자들이 성빈센트병원을 꼼꼼히 살폈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라이벌 병원이 껄끄러운 상대에 병원의 속살을 공개한 것은 9일부터 두 달간 실시되는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평가에 대비해서다. 조현주 아주대병원 병원경영팀장은 "객관적인 눈으로 사전평가를 받고 개선점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평가가 병원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경쟁 병원끼리 상호 평가를 하는가 하면, 신생 병원은 병원을 알릴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책잡힐까 두려워 약점 숨기기에 급급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본지는 5월부터 '닥터J'를 통해 병원 평가의 강화와 정보 공개 확대를 촉구해 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 5월 2006년 평가 결과 발표 시 공개 폭을 확대하고, 올해 평가에서는 의료의 질 평가를 강화했다.

◆'예비고사'까지 본다=2005년 8월 신축 개원 뒤 처음 평가를 받는 건국대병원은 관동대 명지병원과 손을 잡았다. 2005년 평가에서 '톱 5'에 포함된 명지병원의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규모가 비슷한 강북삼성병원과 상호 평가를 통해 예비고사를 봤다. 강남성모병원.여의도성모병원 같은 계열 병원 간 교차 평가는 일반화됐다.

신생 병원은 병원 평가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동국대 일산병원은 올해 병원 평가 대상이 아니었지만 평가를 자청했다. 평가는 신생 병원이 빨리 자리 잡는 데도 한몫한다. 지난해 6월 개원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박인선 보험심사QI팀장은 "개원 뒤 각종 진료.운영 지침이 완전히 뿌리를 내리려면 2~3년은 걸리는데 평가 덕분에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평가가 변화 선도=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청소할 때 고무장갑을 못 쓰게 하고, 수도꼭지를 모두 자동 센서가 달린 것으로 바꿨다. 각종 서류에 환자 이름의 끝자리를 지워 환자 정보 보호도 강화했다. 국내 최초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생긴 변화다. 병원 관계자는 "1033개 평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관행으로 여겼던 여러 문제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닥터J' 평가에서 백내장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으로 꼽힌 건양대 김안과병원의 녹내장팀은 최근 진료실 의자를 노인 환자가 쓰기 편한 전동의자로 교체했다. 직종별로 구분되던 조직을 진료실별 팀제로 바꾼 뒤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김성주 원장은 "각 진료팀을 '병원 안의 병원'으로 운영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높은 평가를 받은 병원에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주고, 노인요양병원과 정신병원 등 사각지대에 있는 병원까지 평가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닥터J=병원의 의료 질과 서비스 수준을 평가해 환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병원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시작됐다. 5월부터 6대 암 수술, 백내장.치핵 수술, 중소 병원 평가 결과 등을 게재했다. 보건복지부는 9일부터 86개 대형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의 질 평가를 강화한 2기 의료기관 평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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