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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심 차량에 혼잡 통행료 받겠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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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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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교통난 해소를 위해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이와 관련한 공개 토론회도 열렸다. 찬성론자들은 현 상태로는 교통 혼잡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환경보호·삶의 질 향상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교통 혼잡이 더 심해질 것이며 교통 정책부터 개선하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양측 의견을 들어봤다.

도입해야-환경 살리고 도시 경쟁력도 높아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의하면 서울시에 등록된 자동차 250만 대는 연간 1조8000억원(전국의 15.2%)의 환경오염 비용과 3조4000억원의 혼잡 비용을 발생시킨다. 도시 환경오염과 교통 혼잡 저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많은 도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중교통수단 정비, 주차요금 유료화, 유류가 인상 등 간접적인 교통 수요 관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런던은 2003년 일부 시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혼잡통행료 제도를 도입해 성공했다. 중심가 20㎢를 대상으로 하루 5파운드(약 1만원)의 혼잡통행료를 부과한 결과 교통량은 20% 이상, 대기오염은 13% 이상 감소했다. 우려했던 도심의 경제 침체는 없었다. 오히려 도심 집값이 최근 10% 이상 상승하고 런던 금융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도시 경쟁력·생산성이 높아져 뉴욕·도쿄 등 세계 주요 대도시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2000년 이후 서울 의존적인 수도권 신도시의 확대 개발로 서울 도심 및 부도심 대부분 지역과 접근축으로 교통 혼잡이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판교·동탄 등 수도권 외곽의 대형 신도시가 완공되는 2010년 이후 교통 혼잡은 더욱 확대돼 서울의 경쟁력은 최악의 상태로 진행될 것이다.

교통 혼잡과 대기환경 오염으로부터 서울의 교통환경을 지키기 위해선 개인의 교통 수요 감축과 대중교통 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는 어느 정도 구축됐다. 이를 바탕으로 혼잡통행료 부과 대상 지역을 확대해 출퇴근 시 중심 지역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의 통행속도를 시속 25㎞ 이상으로 높여야 서울의 경제도 살고 대중교통 경쟁력도 회복된다. 하루 종일 시속 10㎞대의 통행속도로는 세계 초일류 도시가 될 수 없고, 경제의 활력도 생길 수 없다. 혼잡통행료 시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통행료 부과 대상 지역 내 주차장 신설 억제 및 주차요금 인상, 업체별 교통 수요 관리 강화 등도 병행돼야 한다. 혼잡통행료 확대를 통해 만성적인 교통 정체 해소와 깨끗한 수도 서울을 지켜갈 수 있다. 다만 혼잡통행료 확대를 위해선 많은 난제가 있다. 어디를 징수 대상 지역으로 할지, 통행료는 얼마로 할지, 징수 시간대와 징수 방법은 어떻게 할지, 저소득층·생계형 운전자들이 도로 이용에서 배제되면서 생기는 소득 역진적 형평성 문제 등이다. 높은 유가는 그대로 둔 채 변칙적으로 징세한다는 비판의 벽도 넘어야 한다. 가장 명확한 해법은 서울시가 시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 저감과 경쟁력 강화에 있다는 철학 아래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철저하게 연구·준비해야 한다.

교통혼잡은 이제 단순히 교통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생존 환경차원의 문제다. 게다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한국의 수도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지키기 위한 절실한 과제다. 서울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김황배 남서울대 교수· 지리정보공학과

신중해야-서민 부담만 늘어… 다른 방법 찾아야

서울이 답답하다. 사람이 많은 데다 자동차도 많아 더욱 답답하다. 오랫동안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에 투자했어도 자동차의 통행량은 계속 늘어간다. 현재 서울의 평균 자동차 주행 속도는 시속 20㎞ 남짓, 도심은 14㎞에 불과하다. 시속 25㎞는 돼야 도시가 제 기능을 한다는데, 도시 기능 측면이나 시민 삶의 관점에서 문제다. 외국인들이 말하는 서울살이의 불편 중 목이 따갑다는 얘기는 단골 메뉴다. 세계 주요도시보다 미세먼지 농도는 2~3배, 이산화질소 농도는 2배에 이르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중 최악이라는 자료가 나와 있으니 이상할 게 없다. 이 대기오염원의 3분의 2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자동차 통행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시행하는 것은 마땅하다.

자동차 이용 억제 방법의 하나가 혼잡통행료 제도다. 그러나 시민 부담을 요구하는 정책은 아무리 필요해도 불편을 겪게 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므로 성의 있는 설득이 필요하다. 우선 목적과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하고 방법도 목적에 맞아야 한다. 11년 전 남산 1, 3호 터널에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 정책 담당자들은 혼잡통행료가 교통량 억제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남산 터널의 자동차 이용 억제 효과는 모호하고 우회 교통량 발생 등 부정적인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 요일제 등 할인제도 시행 확대로 정책 효과가 반감된 점을 감안하면 보다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연간 140억원 이상 징수된 혼잡통행료 수입의 사용처도 시민의 관심사에서 비켜서 있다. 그래서 혼잡통행료를 확대하겠다고 하면 “또 교통예산이 더 필요한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할 시민들도 있다.

혼잡통행료의 목적은 교통 투자 재원 확보가 아니고 자동차의 이용 억제다. 이 관점에서 제도가 설계되고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용 대상 지역의 자동차 통행량·속도 등 기준을 정해 놓고 상황이 악화되면 통행료를 올리고, 나아지면 내리는 등 신축적이면서 과학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통행료 수입도 납부자들이 일정 기간 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환불해 주는 방안 등 자동차 이용 억제 목적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자동차 이용 억제 효과를 위해서는 사업용 차량을 비롯해 면제와 감면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그러자니 생업에 영향을 받는 서민의 부담만 키우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책 목표를 충족하면서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준비와 설득이 쉽지 않은 이유다.

교통신호 체계 등 현재 시설과 제도를 개선해 소통을 원활케 하고 주행시간을 줄이는 일부터 하라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서울시와 경찰이 협력해 ‘불합리한 신호체계 등을 바로잡기 위한 시민 제안 창구’라도 운영, 좋은 제안에 포상하는 등 현재의 시설을 최적화해 시민 불편을 줄이고 자동차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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