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1년>무엇이 어떻게 변했나-금융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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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금융실명제는 금융기관간의 서비스 경쟁을 촉발시킨 계기로 작용했다.물론 금융기관의 영업경쟁이 실명제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실명제로 인한 금융 환경 변화가 그 경쟁을 가열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차명 또는 盜名 수법을 통해 1인당 1계좌로 한정된 세금우대상품에 고객돈을 나눠 들어주는 편법을 아무렇지 않게 써온 금융기관들은 실명제로 이같은 편법이 어려워지자 高금리.세금우대상품과 新세대.노인층 등 특정고객을 겨냥한 상품을 개 발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실명제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에는 15개 은행이 30개의 신상품을 내놓은데 그쳤으나 실명제 이후 10개월 동안에는30개 은행이 1백5개의 신상품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거액 예금을 끌어들이기 힘들어지면서 너도 나도 소매금융에 치중하게 됐고 시장을 세분화하는 영업전략을 세워나갔다.
고객들이 신분증 내미는 게 싫어 현금자동지급기(CD)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자 이들 자동화기기의 대대적인 확충경쟁이 불붙은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사항이다. 예금 가입때 신분증 사본 등 실명확인증표가 필요하다보니 출장소 등에도 복사기나 팩시밀리 등 사무용기기 배치를 늘려 때아니게 사무전산화기기 업체들이 재미를 봤다.
고객이 편리한 금융기관으로 거래를 몰아가는 추세를 보이자 은행들은 규모가 작은 출장소를 시내 번화가보다는 주거단지내 要地에 속속 배치하는 기민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계의 행태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금융기관곳곳에는 거액 예금자를 위한 차명.도명이 상당부분 남아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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