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법적으로 유효한 해상 경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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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인 박춘호(사진) 건국대 석좌교수는 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법적으로 유효한 남북 간의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NLL은 정전체제의 일부"라며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재설정 논의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해석은 "NLL이 영토 개념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일"이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는 NLL이 영토 개념이 아니라 안보 개념이라고 주장하는데.

"NLL은 영토 개념이랄 것도 안보 개념이랄 것도 없다. 정전체제의 일부다. 정전협정 당시 육상 분계선을 두고 오래 실랑이를 하다 보니 해상경계선을 합의하지 못했다. 마크 클라크 당시 유엔군 사령관의 작전 지시로 NLL이 그어졌다. 안보상 목적으로 생겼지만 그 뒤 남북 간 실질적 해상경계선으로 기능해 왔다. 남북이 서로를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 때문에 이 선을 '영해선'이라 부를 수 없었다."

-NLL은 법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통상 국제법이 군사적 목적으로 설정된 수역에 대해 효력을 인정해 주진 않는다. 그러나 NLL의 경우는 다르다. 1953년 일방적으로 설정되긴 했지만 북한은 73년 군사정전위원회 이전까지 아무런 도발도, 지적도 하지 않았다. '묵종(默從.acquiescence)' 상태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 상태가 굳어져 해상경계선으로 법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묵종' 상태는 얼마나 지속돼야 하나.

"정확한 기간은 국제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기간보다 그동안 북한이 NLL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경험적 증거가 법적으로 의미가 있다. 84년 북한 적십자가 우리 측 수해 구호물자를 전달할 때 NLL 선상에서 북한군과 우리군 사이에 인수.인계가 이뤄진 것도 그런 사례다."

-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부속합의서 10조에는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는 북한의 NLL 재설정 협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이유로 이 조항을 들고 있는데.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이라면 그렇다. 평화협정에선 영토(영해.영공 포함)의 경계를 정하기 위한 논의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별도의 협상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

-NLL 재설정 논의가 재개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나.

"NLL은 유엔사가 일방적으로 설정했지만 정전 유지를 위한 합리적 기준에 따랐다. 유엔군은 당시 서해에서 지금의 NLL 훨씬 북쪽까지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전 유지를 위해 육상 분계선의 연장선 정도에서 서해의 경계선을 정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NLL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돼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상회담이나 국방장관 회담의 별도 의제로 NLL 문제를 다룰 명분이 생긴다."

-지금 논의 중인 '공동어로수역'이 곧 NLL을 무력화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북한이 NLL의 의미를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더라도 정세 변화 속에서 경제적 공동 이익을 목적으로 한 논의를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다."

-최근 NLL 논란의 문제점은.

"NLL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구체적 방법과 절차에 대한 차분한 연구가 앞서야 한다. 법과 제도에 대한 연구도 없이 해상경계선 문제를 정치 이슈로 삼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임장혁 기자

◆박춘호 교수=1996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이 돼 9년 임기를 채운 뒤 지난해 재선됐다. 69년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77년 북한이 NLL을 부정하는 '50해리 군사경계수역'을 선포하자 미 하버드대 동아시아법률연구소 연구원이던 박 교수는 이를 반박하는 논문을 '미국 국제법 학보'에 실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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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대한민국 대통령(제16대)

1946년

[現]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現] 국제연합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19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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