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우승현장서 만난 부순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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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뒷바라지 해준 남편에게 감사해요.』 이탈리아 밀라노 25m권총사격장에서 벌어진 진한 감동의 드라마.. 스포츠가 아니면 만들어내기 어려운 대역전극의 벅찬 감동을 연출한 주부선수 夫順姬.우승을 차지한 뒤 1m55㎝,45㎏의 가냘픈 몸매를 이끌고 탈진한 상태로 손을 흔들어 보이는 부순희에게 권총사격장을 빼곡이 메운 2백여 사격인들은 감탄 과 함께 끝없는 박수를 보냈다.
선두 마쿠르에 6점차로 크게 뒤진 채 결선에 오른 부순희가 미동도 않은채 정조준,한발한발 따라 붙을 때마다 관중석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마쿠르는 실수를 거듭하자 초조한듯 고개를 흔들어대며 호흡을 가다듬고 남들보다 뒤늦게 발사하는등 안간힘을 썼다.결국 5발만에 전세가 뒤집어지자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긴 정적 끝에 마지막 10번째 발사.부순희가 권총을 놓는 순간 10.1이 게시판에 아로 새겨졌다.마쿠르 10.2.마쿠르가처음 夫를 앞섰으나 이미 대세는 결판이 났다.
떠나갈 듯한 환호속에『94월드 챔피언 부순희』라는 심판관의 멘트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사격계 최고의 제전 세계사격 선수권대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대 역전드라마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제주도 토박이인 그녀는 지난 84년 제주상고 1학년때 사격선수인 언니 夫辛姬씨(29)의 권유로 권총을 잡기 시작,고교졸업과 동시에 태극마크를 달았다.지난 91년 공기권총과 스포츠권총에서 올림픽출전권을 따냈으나 92바르셀로나 대표선 발전에서는 1점차로 탈락,출전하지 못했다.
태릉사격장을 오가며 만나게 된 사격장 방위병출신 崔재석씨(30.회사원)와 지난 92년 결혼,날로 원숙미를 더해가는 부순희는『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밀라노=辛聖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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