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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WMD 왜곡' 美 조사委 설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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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中)이 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의 정확성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 양옆에 콜린 파월 국무장관(左)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右)이 고심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 왜곡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일 대량살상무기 정보 왜곡과 관련된 독립조사위원회 설립 방침을 밝혔다. 미국을 지지해 이라크 전쟁에 참여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 등도 관련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동의했다.

공격 명분의 하나로 제시됐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찾기 위해 개전 이후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펼쳤던 실태조사 내용 및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방, 조사위원회의 활동에 따른 정치적 파장 등을 알아본다.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위협 정보를 잘못 분석했거나 왜곡해 이라크전쟁을 강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 1975년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최대 규모로 정보담당 기관에 대한 조사가 벌어지고, 과거처럼 이들 기관의 문제가 낱낱이 드러난다면 대선을 9개월 앞둔 부시는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 조사위원회 어떻게 구성되나=조사 대상.일정표.조사위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주 후반쯤 공식 발표된다. 정보 전문가이면서 독립적이고도 비당파적인 인물이 위원에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가 위원장이나 위원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라크뿐 아니라 북한.이란의 대량살상무기가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에 미칠 영향은=조사 결과가 발표시점에 따라 갈린다. "왜곡됐다"는 내용으로 오는 11월의 대선투표 전에 발표되면 부시 대통령에겐 치명타다. 선거 이후 발표되면 정보관련 기구만 '결딴나는' 상황이 되며 대선에 대한 영향은 전무해질 수 있다.

그 때문에 '부시를 잡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벼르는 민주당은 벌써 신속한 조사와 마무리를 촉구하면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위원회의 조사가 정쟁으로 번지는 방법으로 진행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대선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한 때문이다. 그러나 전례로 미루어 결과는 아무리 일러도 선거 뒤인 내년 초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도 있다. 1964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대한 조사를 벌였던 '얼-워런위원회'가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10개월이 걸렸다.

◇영국.호주.스페인도 조사 착수=블레어 영국 총리는 3일 하원에서 "일단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그 활동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전직 내각부 장관 출신인 버틀러 경(卿)이 조사위원장을 맡게 되며, 하원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조사위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 참전국인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도 이날 "정보가 틀렸다고 전적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때가 되면 정보가 부정확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도 2일 야당인 사회당이 정부 측에 이라크전 참가 결정의 근거가 된 정보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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