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영화 포레스트검프 선풍-저능아 눈으로 현대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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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저능아의 눈으로 미국 현대사를 바라본 색다른 코미디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올여름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톰 행크스가 아카데미상 수상후 처음 출연한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 30,40대 성인관객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검프 매니아」「검프주의」등 새로운 사회현상마저 낳고 있다.
『포레스트 검프』는 개봉 2주만에 입장수입 1억달러(약 8억원)선을 돌파,『라이언 킹』의 독주를 잠재우고 박스오피스 1위에 껑충 뛰어올랐다.
액션 히트작 『스피드』가 6주만에 1억달러선을 넘은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기세다.
『포레스트 검프』는 한마디로 말하면 바보가 직접 몸으로 부닥치는 미국현대사 기행.IQ 75의 저능아로 태어난 검프는 바람처럼 빨리 달릴 수 있는 재주가 있다.또 좀 모자라긴 하지만 청정무구한 영혼과 지혜의 소유자로 이웃에 사는 제 니(로빈 라이트扮)를 사랑한다.
이 영화는 발빠른 검프가 50년대에서 80년대 초까지 일어난주요사건들의 현장에 우연히 끼어드는 형식을 취한다.
로버트 저메스키감독은 비디오 조작을 통해 검프가 리처드 닉슨.존 케네디.린든 존슨 등 대통령들과 엘비스 프레슬리.존 레넌등 유명인사들과 악수하고 대화하는 장면을 연출해낸다.
검프는 우연찮게 갖가지 사건에 휘말리지만 아이같은 순진함으로난관을 타개,워터게이트사건의 주모자를 체포하는가 하면 베트남전쟁에 참전해서는 영웅이 되어 돌아온다.또 존 레넌과 함께 노래『이매진』(Imagine)을 작곡하기도 한다.
반면 제니는 히피.마약.폭력배등 「광기의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검프의 삶에 끼여들지만 검프는 언제까지나 사랑으로 그녀를 감싼다.
검프의 돌풍을 분석한 미국 『타임』誌는 「슬픈 희극」의 주인공인 저능아 검프가 불안한 90년대를 사는 미국인들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현대사에서 베트남전쟁 등 악을 저질렀지만 순진한 검프는 그것이 일반 미국인들 탓이 아니라며 죄의식을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紙는 검프가 만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하지만 검프는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검프의 낙관주의와 성공은 미국적인 자신감을 부활시켜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아무튼 영화『포레스트 검프』는 전후 미국의 베이비붐세대에게 자신들이 살아온 시대를 정리해 보여주며 집단적인 사랑을 얻고 있다.관객들은 검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응원하고 끝에 가서는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
***사운드트랙 앨범도 불티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검프 매니아 현상」의 또 다른 요인으로 성인남자들의 호응을 꼽는다.
『로키』『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레인맨』에서 보듯 남자들의 가슴을 파고 든 영화치고 실패한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60,70년대에 유행한 팝송 32곡을 담은 사운드트랙 앨범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서점에는 원작소설(윈스턴 그룸作)과 소설속의 격언들을 모은 책 『검프주의:포레스트 검프의 재치와 지혜』를 찾는 사람들로 붐비 고 있다.
〈李 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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