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편집자레터] 콘서트·공연 … 출간기념회의 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얼마 전 수필가 박종규씨의 신간 『바다칸타타』의 출간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날 행사에는 ‘봉사 퍼포먼스 출범식’이란 부제가 달려 있었습니다. 그는 2003년부터 2년간 한국재활복지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봉사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자신의 책을 녹음한 CD를 만들었습니다. 점자책으로 만들기에는 제작단가가 너무 비싸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랍니다. 그날 ‘출범식’에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직접 낭송 CD를 전하는 전달식이 진행됐습니다.

요즘 출판가에는 이렇게 색다른 출간기념회가 트렌드입니다. 지인들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며 책을 한 권씩 나눠준 뒤 축하말을 듣고 소감을 이야기하고…. 이런 뻔한 출간기념회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지요. 저자의 개성을 드러내고, 독자와의 소통을 꾀하는 자리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10일에는 연세대 대강당에서 ‘북콘서트’란 이색 행사가 열렸습니다. 기혼여성 자기계발서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지요.

가수 강애리자의 ‘분홍립스틱’과 나무자전거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이어지는 사이사이 저자인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가 나와 책의 메시지 “여성들이여, 꿈을 찾아라”를 역설했습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강연을 콘서트 형식으로 흥겹게 풀어본 시도였지요.

이달 초 소리공연으로 진행된 ‘사운드 디자이너’ 김벌래씨의 『제목을 못 정한 책』 출간기념회도 재미있는 기획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제목을 정해달라’는 공모를 진행하고, 참여 독자를 대상으로 소주파티를 벌일 계획이었지요. 하지만 “소리 대가의 소리 한번 들어보자”는 독자들의 요청이 많아 김씨가 만든 각종 음향효과를 들려주는 소리 공연으로 행사 성격을 아예 바꿔버렸답니다.

이색 출간기념회는 줄줄이 이어질 계획입니다. 이번 주 파울로 코엘료의 신간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내놓은 출판사 문학동네에서는 다음달 6일 서울 홍익대 앞 한 클럽에서 출간 기념 ‘마녀파티’를 연다는군요. 출판사들의 아이디어가 하루하루 진일보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 색다른 시도들이 책의 향기를 ‘디지털 세대 독자’의 감성에 녹여 넣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점점 커집니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