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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입법 피해 너무 크다-토초세 이미 낸 사람만 손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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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토초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계기로 법을 지키는 국민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결과를 빚기까지 하는 졸속 입법과 법체계 난맥의 부작용에 우려와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대부분의 졸속 입법은 입법과정에서 법안의 주요 내용들이 헌법정신이나 국민편의보다 행정편의 또는 정당.정파간 정략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서 비롯된다.
그 결과 이번 토초세의 예에서 보듯 헌법에 어긋나고 시장경제를 기본원리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에 배치되는 내용이 국민정서나 여론을 이유로 입법화되는 사례도 드물지않은 실정이다.
이럴 경우 뒤늦게 憲裁의 결정을 통해 바로 잡히는 경우가 많아 법의 권위와 안정성을 떨어뜨려 법치주의를 근본에서 불안하게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법체제의 난맥을 전면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졸속 입법=29일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시행 4년8개월만에 전면개정이 불가피해진 토초세법은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졸속 입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토초세법은 제정 당시부터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지만 여론에 밀려 정밀한 사전검토 없이 법안을 급조했다.결국 9만4천여명에 91년부터 93년까지 총 1조4천4백47억원의 세금이 부과됐으나 실제 징수액은 43 .9%인 6천3백46억원에 그쳤으며 이번 憲裁 결정으로 법을 지켜 세금을 낸 사람만 손해를 보게 되는 모순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도 정부가 제정 또는 개정할 법률은 모두 1백49건에 이르고 있으나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아직 20건에도 못미쳐 시한에 쫓길 경우 예전의 졸속 입법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새정부 출범이후 정부의 신경제 추진계획.기업규제 완화정책에 발맞춰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1천5백여건에 이르는 각종 법률안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어 급속하고 광범위한 법개정에 따른부작용이 우려된다.
◇법령 개폐=법제처에 따르면 건국후 지난달말까지 총 3만1천5백17건의 법령이 공포됐다.이는 헌법 10건을 비롯,▲법률 4천7백61건▲대통령령.국무원령.각령 1만6천3백34건▲총리령.부령 1만4백12건등이다.
연도별로는 해마다 공포된 법령이 4백~8백건 안팎에 이르며 92년 5백60건,93년 7백36건,올들어 6월말 현재 4백11건등 최근들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 憲裁가 88년 문을 연 이래 30일 현재 접수된 위헌법률심판.헌법소원등은 모두 2천2백31건.처리된 1천8백31건중▲위헌및 인용결정 64▲헌법불합치 4▲일부 위헌 9▲한정 위헌 5▲한정 합헌 7건등이 내려져 89건이 법률 제. 개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작용=朴元淳변호사는『법의 제.개정은 법률이론을 바탕으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수렴등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거친뒤 이뤄져야 한다』면서『우리는 그간 사회분위기나 심지어 날치기 절차에 의해 법이 탄생되는 경우가 생기고 이로 인해 국민들만 선의의 피해를 보았으며 결국 법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韓基贊변호사도『앞을 내다보지 못한 졸속 입법과 정부의 무리한 운영방식이 토초세법이 실패한 원인』이라며『토초세법을 대신할만한 새 법은 부동산투기 억제라는 목적과 함께 국민의 재산권침해문제.조세저항 문제등을 충분히 고려해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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