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 천재詩人 白石 일대기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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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해방 이후 북한에 잔류하는 바람에 행적이 베일에 가려 있었던30년대의 천재적 시인 白石(본명 白기행)의 일대기가 처음으로4권의 책으로 출간된다.
그의 대표시『南신의주 柳洞 朴時逢方』(도서출판 지나刊)이란 제목으로 출간되는 이 일대기는 문학사 연구가 宋俊씨(32)가 7년동안 국내외 관련인사 2백여명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낸 새로운 사실과 白石관련 자료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으로 7월말부터 한권씩 열흘 간격으로 나올 예정이다.
白石은 1912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나 조선일보 기자등을 거치며 방언을 즐겨쓰면서도 모더니즘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시들을 발표,鄭芝溶.徐廷柱에 버금가는 시인으로 평가받았던 인물.그러나해방 이후 고향인 북한에 그대로 머물렀기 때문에 문학사적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행적조차 장막에 가려있었다.그러다가 87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백석 시전집』이 나오면서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현재는 대학원의 논문 소재로도 자주 채택되고 있다.
이번 일대기에는 종전 이후 金日成체제에 협조하지 않고 문학적순결을 지켜온 白石이 북한에서 쓴,이념의 때가 묻지 않은 10여편의 시들을 공개하고 있다.
또 그간 白石의 영원한 연인으로 알려져 왔던 子夜여사 이외에알려지지 않았던 짝사랑의 여인 朴景蓮(83)과의 미묘했던 관계도 밝히고 있다.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朴여사는 소설가 허준의 결혼 피로연에서 白石과 첫만남을 가진 이후 白石의 짝사랑의 대상이 되었으나 나중에 白石과 함께 조선일보기자 생활을 한신현중과 결혼했다.白石은 그녀를 사모하여 그녀의 고향인 경남 통영(지금의 충무)을 제목으로 연작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白石의 일대기에는 이밖에도 白石이 해방 이후 古堂 曺晩植선생의 러시아어 통역비서를 하며 46년 평양의 한 술집에서 김일성과 만난 사실,자살한 러시아 시인 마야코프스키의 시와 솔로호프의『고요한 돈강』을 국내 최초로 번역한 사실을 밝 혀내고 있다. 또 白石의 사망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사실을 밝히고 있다.한국전쟁때 중국 길림성 한인촌에 머물던 白石은종전후 숙청당해 협동농장에서 고생하다 63년 전후에 사망했다는것이다. 시인 신경림씨는『나는 아직도 백석의 시집 「사슴」을 처음 읽던 흥분을 잊지 못한다』면서『실린 시는 40편이 못됐지만 그 감동은 열권의 장편소설을 읽은 것보다 큰 것이었다』고 白石을 격찬하고 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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