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IBRD.IMF의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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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때 중병을 앓는 세계경제를 치료하는 의료진 구실을 했던 세계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두 기구가 차관이나 프로젝트 자금조달에 필사적인 나라들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가고 있다.많은「신흥국가」들에서 민간금융활동이 급증하면서 이들 나라는 종래와 다른 방식으로,흔히 더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국의 직접투자는 5백60억달러에 달해 공식적인 개발원조 5백10억달러를 앞질렀으며 은행과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규모를 훨씬 능가했다.
금세기말까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민간자본의 地球的 흐름은 국제금융무대에서 IMF와 세계은행을 값비싼 엑스트라로 전락시키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이들 기구가 해야 할 일은 退役이 아니라 스스로를 재규정하는 일이다.
민간자본은 이익이 날 만한 나라들로 몰리고 전망이 불확실한 나라들은 비켜간다.자본은 東아시아와 中南美의 개혁을 추진중인 나라들로 몰리고 있다.이에 따라 舊蘇聯이나 아프리카국가들은 민간자본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루이스 프레스턴 세계은행총재는 『문제는 민간자본이 중남미와 동아시아의 개혁에 성공한 나라 약 20개국으로만 몰려가고 있다는 점이다.世銀은 더이상 이들 나라에 돈을 빌려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동안 世銀이 泰國과 멕시코 같은 나라들에서 해온 전통적인 금융업무는 이들 나라로 몰리고 있는 민간금융전문가들에게 역할이넘겨져야 한다.대신 世銀은 민간자본이 눈독을 들이지 않는 나라들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동시에 世銀은 민간자본이 전통적인 금융업무를 점차 떠맡음에 따라 대출보다는 개발과 관련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IMF 또한 사회주의경제로부터 시장경제로 이행하고 있는 나라들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舊공산권 경제를 변혁시키려는 IMF의 노력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인식은 거의 범세계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美國 클린턴 행정부의 관리들이 IMF의 對러시아정책에대해 더디고 미흡하다고 비난하고 나선 지난해말부터 이같은 자세도 바뀌고 있다.
두 기구의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마크 앙트완느 오데망은 IMF가 40억달러의 對러시아 예비협정규모를 60억달러로 늘리게 될 것이라며 『지난 6개월 동안 IMF의 접근방법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 기구가 가난한 나라들에 차관제공을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이미 몇몇 나라들은 世銀으로부터 받은 것보다 많은 돈을 수수료.이자.상환금 등의 형태로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지난 89년부터 93년까지 世銀에서 대출받은 것보다 6억1천8백만달러나 많은 돈을 원리금으로 지급했다.이 기간에 이 지역의 1인당 연간소득은7백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결국 世銀과 IMF의 성공은 이들이 착수한 프로젝트나 차관의수효가 아니라 이들의 지원으로 국제민간자본이 신용할 만한 경제를 일궈낸 나라의 수로 평가돼야 할 것이다.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이들 기구가 갈 길은 아직 멀다고 할수 있다 .
[本社特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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