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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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알짜 변신 외국社 한국법인

볼보와 오티스는 외환위기를 전후해 국내 양대 그룹인 삼성과 LG에서 각각 중장비.엘리베이터 부문을 인수했다. 그래서 설립된 회사가 볼보건설기계코리아와 오티스-LG다. 인수 이후 5~6년이 흐른 지금, 양사는 모두 순항하고 있다. 볼보 한국법인은 볼보의 굴착기 부문 세계본부가 됐고, 오티스 한국법인 역시 세계시장에서 굳건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인수 전 생산라인이 고스란히 가동되고, 임직원들은 대부분 고용승계됐다. 사업이 잘되면서 생산라인을 대폭 늘려야 할 판이다. 외자유치를 통해 외국기업과 한국경제에 모두 도움이 된 대표적인 경우다.

에릭 닐슨(45)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의 서울 한남동 사무실 문은 항상 반쯤 열려 있다. 직원들이 누구나 "에릭"이라 부르며 스스럼없이 찾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분기마다 열리는 '노사 화합의 날'에 취합된 근로자들의 제안이나 건의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도 닐슨 사장이 소중하게 여기는 업무의 하나다.

또 한남동 사옥 게시판에 매출.이익.재고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월간 경영속보'를 매달 게시한다. "모든 사원과 경영 정보를 공유한다"는 닐슨 사장의 방침 때문이다.

이 같은 '열린 경영'이 이 회사를 적자기업에서 5년 만에 순이익 7백20억원(매출액 6천3백억원.2002년 기준)의 알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스웨덴 볼보그룹이 외환위기 위기 직후인 1998년 삼성중공업 건설기계사업 부문을 인수해 설립됐다.

인수 당시 이 회사는 6백70억원(1998년 기준)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볼보는 우선 지게차.트럭 등 15종에 달하던 제품을 굴착기 하나로 단일화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다. 굴착기 외에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볼보건설기계 제품은 본사에서 수입해 파는 것이다. 볼보는 9천만달러(1천억여원)를 재무구조 개선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직원수도 1천6백명에서 1천4백명으로 줄였다. 구조조정 덕분에 회사는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굴착기 부문에서 한국법인은 볼보그룹의 세계본부가 됐다. 독일과 중국에도 현지법인이 있지만 한국법인이 전 세계 볼보 굴착기 생산의 80%를 차지한다.

볼보의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도 늘었다. 인수 전 매출액의 30%던 수출 비중이 현재는 70%로 늘었다.

이 같은 성공 뒤엔 한국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닐슨 사장은 회사에서 쓰는 종이컵에 '고객을 더 잘 이해하자(Better Understanding)'는 문구를 새길 만큼 고객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다. 또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닐슨 사장과 임직원 20여명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3년째 자원봉사하고 있다.

닐슨 사장은 "한국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추려고 노력해 왔다"며 "2006년까지 전세계 굴착기 부문 시장점유율을 15%로 끌어올려 '톱3'안에 들겠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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