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로선거개혁>12.補選중간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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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참 이상해요.지금까지 숱한 선거를 겪어봤지만 이번같은 선거는 처음입니다.예년 같으면 이때쯤 후보들마다 밥을 사겠다느니,돈을 뿌린다느니 하는 얘기가 들릴 법한데 지금까지 요란한 선거운동원 대신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점잖은 전화 몇통과 후보자 명함몇장 받은게 전부입니다.』 江原道 平昌의 유권자 金乙煥씨(42.상업)가 털어놓은 이번 8.2 補選에 대한 중간평가다.자원봉사자들의 활용을 통한 실험적 성격을 띤 이번 선거가 유권자의 눈에 일단 긍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후보들도 자원봉사자의 활용에 점차 익숙해져 있다.
새 선거법으로 치르는 이번 선거에서 각 후보자들은 사실「공명선거」와「당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한다.과거의 선거분위기 속에서는 어쩌면 이율배반적일 수도 있는 이 두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후보자들은 특히 선거운동 원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매달려야 한다.선거가 종반전에 접어들면서후보자들은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자원봉사자 활용이 점차 익숙해지고 여러 아이디어도 개발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단순히 홍보 명함 돌리기에만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환경보호 캠페인이나 가뭄피해 극복등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한 새로운 선거운동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는 후보들도 생겨나고 있다.
寧越-平昌지역의 무소속 姜桃遠후보는 지난 18일부터 대학생과부녀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60명과 함께 매일 아침7시부터 선거지역을 돌며 골목청소를 하고있다.그는『자원봉사자로 치르는 선거에서 처음엔 어떻게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많 은 고민을 했다.홍보물도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뿌릴 수 없고 향응성 식사 대접같은 것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됐다.결국 과거의 선거운동과는달라져야 한다는 생각 끝에 노력봉사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로 했다』고 말한다.
민자당의 金基洙후보측은 당원들과 친.인척들로 구성된 1천4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을 홍보용으로 제작된 소형명함 돌리기와 전화유세에 대대적으로 활용해오다가 새로운「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의 辛敏善후보도 당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외에 10여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로 하여금 시간대별로 1부와 2부팀으로나눠 전화유세등을 해왔는데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냈다.지난25일과 26일 열렸던 민주당 정당연설회장을 정돈하고 유권자들에게 편안한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몫이었다. 무소속 咸泳璣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일하는 金永萬 홍보차장은『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극성스럽지 않아 좋다는 유권자들의 전화가 걸려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평가는 보다더 긍정적이다.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은 각 지역 선관위의 공명선거 활동에서 특히 두드러진 결과다.
당장 외형적으로 봉사자 숫자부터 증가했다.寧越 선관위는 선거 초반 18명이었던 자원봉사자가 지금은 30명으로 늘어났다.
공명선거 가두캠페인도 그동안 세번이나 개최했으며 밤7시부터 9시까지 선관위 직원 1명과 자원봉사자 2명씩 한조가 돼 각 지역에서 불법선거 합동단속 활동도 펼치고 있다.평창군 선관위도3개읍 7개면에서 53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장날마다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처음엔 돈도 못받는 자원봉사 활동에 누가 참여할까 싶었지만의외로 참가자들이 늘고 있으며 유권자들의 반응도 좋아지고 있습니다.일이 끝나면 소주 한잔을 사 주고 싶을 만큼 이들의 순수한 활동이 고맙게 느껴집니다.』영월군 선관위의 延光欽 (36)단속반장의 말이다.
평창군 선관위 직원 金光熙씨(36)도『농촌인데다 선거구가 넓은 관계로 선관위 직원만으론 감시활동에 한계가 있다.각 면단위로 요소요소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그런 점에서 이제는 공명선거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
이에따라 각 정당과 선관위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다가올 각종 선거에 대비,자원봉사 제도가 뿌리 내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
영월군 선관위 자원봉사자 吳長煥씨(32.카피라이터)는『새로 개정된 선거법의 시험무대인 이번 보선에서 깨끗한 선거 풍토를 정착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해 즐겁다』고 말했다.그 말속에는 자원봉사제도 정착의 밝은 미래가 담겨있는 듯하다.
[ 寧越=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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