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댓글] 지하철에서 모유 먹인 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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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다 주변 청년들에게 된소리를 들은 민지혜씨가 올린 글이 2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올리며 수천 건의 댓글을 낳고 있습니다. 심하게 보채는 아기를 보다 못해 카디건으로 가리고 젖을 물린 민씨를 향해 청년들은 “아줌마들은 역시 얼굴이 두꺼워. 애 낳으면 다 저러냐” “더럽다. 화장실 가서 먹여라”며 폭언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민씨는“아이 엄마로서 속상하다”면서 “공공장소에 모유를 먹일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많은 네티즌의 공감 댓글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네티즌이 한마음이 되어 민씨를 지지했습니다. 김미숙씨는 “저는 영국에 사는데요. 여기는 너무 ‘후진국’이라서 아무데서나 모유 수유합니다. 또 다른 후진국인 미국에 사는 후배도 마찬가지고요. 두 남자 분들 참 훌륭하시군요. 한국에서는 워낙 사람들 인식이 훌륭하셔서 공공장소에서 수유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후진국은 괜찮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후진국 사람들은 오히려 젖을 물리는 엄마의 모습을 아름답다고까지 생각합니다. 사람들 인식이 뒤처져서 그런 듯 합니다”라며 반어법까지 구사하며 따끔한 지적을 했습니다.  

 모유를 먹이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여성 네티즌들도 열렬하게 댓글 토론에 참여했는데요. 진성희씨는 “소아과에서 한 남자로부터 ‘짐승 같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그때 화가 나서 ‘당신 눈에는 이게 짐승처럼 보이냐. 당신도 이렇게 컸다’고 따졌다”는 사연을 남겼습니다. 이경아씨는 “마음이 너무 아팠겠다. 몰상식한 인간들 신경 쓰지 마시고 하루라도 빨리 한국의 모유 수유를 위한 환경이 개선됐으면 한다”면서 “아기와 엄마들이 눈치 보지 않고 권리를 누릴 날이 얼른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강대현씨는 “(공공장소에서 앞가슴을 드러내 놓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 주변 사람이) 민망한 게 사실”이라면서 “남자도 덥다고 팬티만 입고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여자도 공공장소에서 가슴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이동훈씨는 “여자로 태어나 아이를 키우는 게 그렇게 자랑이냐. 마치 모성에 대한 도전을 받은 것처럼 난리치지 마라”고 댓글을 남겼는데요. 한국에서 어머니로 산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네요.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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