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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이것이궁금하다>국내 금거래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무역회사에 다니는 K씨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금을 외국에서 수입해 국내 2만여개의 귀금속상을 대상으로 판매에 나섰으나 좀처럼 팔리지가 않는 것이다.
K씨는 『그럴리가 없다』며 금 수입을 검토했을 당시의 사업계획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우리나라의 금 소비량은 93년 기준으로 1백20t가량인데 국내 금생산업체인 럭키금속과 고려아연의 한해 생산량은 33t(국내광산에서 생산되는 것은 1.5t,나머지 31.5t은 수입광물에서 추출)에 불과했다.
따라서 소비량에서 국내생산량을 뺀 87t은 외국 수입분으로 메워야할 형편이었다.
게다가 국내생산분 33t가운데 25t은 외국에 수출하고 있으니 금을 수입해 팔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더 많았다.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K씨는 시장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수입되는 금은 삼성물산과 럭키금성상사가 들여오는 5.5t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금은 이미 수입이 자유화됐으나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국내에서 유통되는 것은 국내생산분 8t과 수입품 5.5t을 합친 13.
5t뿐인 것이다.
K씨는 국내 소비량 1백20t가운데 11%만이 정상거래되고 나머지 89%인 1백6.5여t이 무자료거래로 조달된다는 결론에도달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뒤늦게 원인 파악에 나선 K씨는 우리나라 금 유통시장은 무자료 거래에 대한 매력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일본등 대부분의 국가가 금에 수입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관세 3%,부가가치세 10%가 붙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국제시세와 13%이상 격차가 나게 마련이다.
또 상인들이 자료노출을 꺼려 합법적인 물량공급을 기피하고 있어 국내 금생산업체나 수입업체는 내수공급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실정이다.
전국귀금속판매중앙회 사무실에는 럭키금성상사등에서 수입해온 금을 유통시켜 달라는 공문이 자주 날아와 책상에 수북이 쌓여있다. 정상거래를 할 경우 보석류점포에 대한 종합소득세 28.6~31.4%는 차치하더라도 24K 1돈을 거래한다면 도매가로 4만원에 구입해 부가세 4천원과 마진율 7.5%(일반물품의 소매상마진율은 보통 30%)를 붙여 4만7천원에 팔아야 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때 年1억원이상을 거래해야 3백만원의 순익을 남겨 점포를 그럭저럭 유지할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않다는게상인들의 얘기다.
올 상반기중에만 서울시내 5천개업체중 94개 업체가 폐업신고를 한 사실은 자료거래를 할 경우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적모순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金是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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