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판치는 고금리 대부업 시장 … 국내 은행 '저금리'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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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이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장악한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뛰어든다. 양측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면 국내 소비자금융 판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서민들의 대출 문턱과 금리도 덩달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신용이 낮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한다. 금리 수준은 현재 대부업법상 이자상한선인 연 49%의 절반 수준인 연 25%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10일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대부업 시장이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남았다"며 "은행으로선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소액신용대출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이 서민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비난 때문에 소액신용대출 시장의 진출을 망설였다"며 "보다 낮은 금리로 서민층에 걸맞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비난 여론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임에 들어가는 강정원 행장도 11월 1일 취임사를 통해 '투자은행(IB)에서 서민금융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회사'의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현재 제도권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500만~600만 명의 소액신용대출 수요자들을 공략할 방침이다. 현재 소액신용대출 시장은 연 10%대 안팎의 저금리와 50~60%대의 고금리 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불모지나 다름없는 연 20~30%대의 신용대출시장에 진입할 경우 단기간에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은행권의 서민금융 진출을 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권혁세 감독정책1국장은 "분명히 수요가 있는 시장을 외국계에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국내 은행이 진출할 경우 일본계 대부업체, 국내 저축은행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살인적인 고금리도 상당 폭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민금융시장은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휘저으며 급팽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와머니는 지난해 852억원의 순익을 냈고,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그룹 산하 7개 계열사도 1000억원에 가까운 순익을 올렸다. 연 36~48%의 금리를 받고 있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지난해 모두 2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연구원의 정찬우 연구위원은 "신용이 떨어지고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국내의 금융 소외계층이 점점 늘고 있다"며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보다 과감하게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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