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외국인 여성의‘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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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삼성생명공익재단(이사장 이수빈)이 주최하는 제7회 비추미여성대상의 해리상(여성지위향상부문) 수상자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한국염(58)대표가 선정됐다.

그는 “수상을 사양하다가 솔직히 3000만원이라는 상금이 탐나 수상을 수락했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개설한 여성결혼이민자 전용 쉼터를 정부 도움없이 마련하느라 1억원 이상의 빚을 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에 온 여성노동자와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이 겪는 인권유린 문제를 꾸준하게 제기하고 해결에 앞장 서 온 그는 이주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어머니’로 불린다. 1997년 남편 최의팔(59)씨와 함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를 열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 대표를 비롯 30명의 활동가들은 국제결혼한 여성들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한편 상담전화를 개설했다. 상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해 심리·법률·의료 지원도 했다.

2005년 정부가 이주여성 관련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 가정폭력을 당한 국제결혼 여성이 이혼 뒤에도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 1366 상담 전화를 개설한 것, 여성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설치한 것에는 한 대표의 노력이 담겨있다.
한편 비추미여성대상의 달리상(문화·언론·사회공익부문)에는 김후란(72) 문학의 집·서울이사장, 별리상(교육·연구개발부문)은 오기근(64) 연세대 진단방사선과학교실 교수, 특별상은 박병선(79) 재불 사학자가 수상한다.

김 이사장은 다양한 문학행사로 문학정신 진흥에 기여했으며 신문기자로 일하며 여성지위 향상에 힘써온 점이 평가됐다. 오 교수는 유방암 예방과 조기검진의 필요성을 계몽해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했다. 박 박사는 한국이 세계최초 금속활자 발명 국가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려 ‘직지’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데 기여했다. 상금은 각 3000만원이며 시상식은 11월9일 오후 3시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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