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뭄속 여름장사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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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불볕 무더위와 가뭄이 20여일째 지속되는 기상 이변으로 올 여름 장사에도 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에어컨.선풍기 업체를 비롯,냉장고.자동차.양수기.모자등의 제조업체들은 날씨 덕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가구및 일부 건자재 업체등은 매출 격감의 우울한 여름을 지내고 있다.
올 여름 기상 이변의 최대 수혜자는 에어컨 제조업체들.
불볕더위가 시작된 6월말부터 이달중순까지 판매된 에어컨은 올해 총 판매량(45만대)의 70%인 31만5천대로 추산된다.
이같은 판매집중으로 시중에선 에어컨 물량이 달려 웃돈을 주고도 물건을 구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업체들은 부랴부랴 비축용 부품까지 긁어모아 4천여대를 추가 생산했지만 밀려드는 주문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
판매부진으로 쌓인 재고부담을 덜기 위해 염가처분했던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아 에어컨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있다.선풍기 업체들도 이미 올 생산물량을 모두 소화해 추가생산에 들어갔다.
4계절 상품으로 자리잡은 냉장고 역시 덩달아 잘 팔리고 있다.삼성전자의 경우 7월 한달간 올 총 판매량의 25%인 14만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금성사.대우전자 등도 판매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매년 바캉스 특수를 누려온 자 동차 업계는올해 폭염 특수까지 겹쳐 생산라인을 풀가동중이다.
기아자동차의 한 관계자는『89년 이전 출고차량의 40%가량이에어컨 무장착 차량이었는데 요즘 무더위로 에어컨을 단 새차로 대체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달 판매량이 6월에 비해 20%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가구업체들은 무더위로 고객들의 발길이 끊겨 울상을 짓고있다.H社 영업관계자는『여름 비수기를 고려하더라도 올 여름 매출은 작년보다 15%이상 줄었다』며『다른 가구업체들도 마찬가지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건물 造壁材로 쓰이는 경량 기포 콘크리트 제조업체들도 무더위로 인한 공사현장 작업량 감소로 이달 매출이 지난달에 비해평균 30%가량 줄었다.우산및 양산제조업체들은 우산이 안나가는대신 양산이 많이 팔려 현상유지에 머무르고 있 다고.그런가하면조선.제지업체등은 무더위와 가뭄으로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날씨를 원망하고 있다.
한낮 뙤약볕 아래서 용접작업을 해야 하는 조선업체들은 근무시간을 30분~1시간 줄이고 있어 계획된 생산일정을 맞추기 위해잔업을 함으로써 추가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제조공정에 공업용수가 많이 필요한 제지업계는 백판지.인쇄용지의 판매호조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랜 가뭄으로 조업단축마저 우려되고 있어 비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車鎭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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