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어디로가나>1.행정규제 완화 정부 무얼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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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이맘때 당시 李經植부총리는『정부라는 게 원래 규제를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말했다.정부가 생긴 이후로「이건 하지마라,그건 안된다」는 행정규제를 그친 적이 없었다는 얘기다.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그런「공장」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규제완화는 문민정부가 내건「新경제」의 핵심 개혁과제였다.총리 직속의 행정쇄신위원회가 나섰고,경제부총리 역시 경제행정규제완화위원회를 직접 챙겼다.재무부.상공부등 부처별로도 잇따라 소관분야별 규제완화 전담기구 간판을 내걸었다.기업규제완화특별조치법도만들었다.그동안 경제부처 차관급 실무위원회가 16차례나 열렸고장관급 위원회가 4차례 열리는 등 규제완화를 위한 노력도 보여줬다. 덕분에 거의 매달 규제완화조치들이 쏟아졌다.지난 6월말까지 총 1천1백28건의 규제가 풀렸고 이중 9백16건은 관련법령 개정 등의 조치까지 마쳤다.이와는 별도로 올들어서는 통관.유통등 22개 분야별로 중점개선과제를 골라 지난 20 일까지1백68건의 관련 법령을 고쳤다.행정쇄신위원회에서도 비경제분야를 중심으로 총1천6백84건(이중 7백85건은 이미 조치)의 규제완화 실적을 올렸다.
이미 조치한 내용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감독도 병행하고 있다.올들어 감사원이 분야별.부처별로 이행실태를 감사하고 있으며,청와대 경제비서실에서는 경제분야만을 대상으로 점검 작업을 벌였다.9월에는 주무부처인 경제기획원에서 현장 확인작업에 나설 예정이다.이만하면「공장」을 고치겠다는 의지만큼은 확인된 셈이다.그러나 과연 규제완화는 얼마나 됐는가.
朴在潤경제수석은 지난 4월말 정부의 규제완화 실적 이행상태를점검한 결과 이미 풀기로 한 규제중 62%만이 실행되고 있으며20% 이상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완화 점검작업에 참여했던 金鍾奭교수(홍익대)는『그동안 추진된 규제완화 내용들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영양가」가 별로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한다.新경제 출범 이후 금융과 중요산업분야에서 진입장벽이 허물어지고 경쟁이 활성화 됐다고 인정하는 평가는 그리 많지 않다.
예컨대 업계의 승용차사업이나 철강공장 증.건설계획 등은 뚜렷한 규정이나 기준 없이 정부의 판단에만 맡겨져 있다.漢陽같은 부실기업을 엄청난 특혜를 줘가면서 살려놓는「退出」장벽도 여전히남아있다.
물가대책을 내세워 이미 자유화된 공산품 가격을 강제로 환원했다.가격정책의 개혁은 규제완화정책의 주요 골간이었다.그런데도「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신경제의 약효가 살아있던 지난해에 비해 올들어서규제완화에 대한 의지나 조치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공장」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孫炳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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