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쌀수확 큰 상관관계 없다-과거 例로 비춰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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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작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뭄이 언제 닥치느냐 하는 가뭄의 시기 문제지,무턱대고 가뭄이 오래 간다해서 바로 흉작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영농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번 가뭄의 경우 실제로 오는 8월15일께까지만 해갈이 되면 남부지방이나 간척지등 가뭄의 피해가 큰 지역을 제외하면 나라 전체로는 쌀 생산에 별 걱정없다는 것이 일반적인「상식」이나「정서」와는 어긋나는 전문가들의「실증 분석」이다.
이번 가뭄이 별 것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 大한발에도불구하고 반드시 흉년이 들지는 않았던 전례가 많은 만큼 끝까지영농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크고 작은 가뭄이 닥쳤던 해의 작황을 한번 살펴보면 그같은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과거 비교적 가뭄이 장기화됐던 해는 67,68,76,77,82,92년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 연도의 작황은 예년에 비해 크게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쌀 수확만 놓고 볼 때는 그랬다.
〈그림 참조〉 예컨대 40일간 가뭄이 계속됐던 지난 77년의경우 정부는 당초 3천8백만섬 정도의 쌀 수확을 예상했으나 실제 수확은 4천1백70만6천섬으로 오히려 사상 최대의 풍작을 기록했다.
또 지난 76년에는 3천6백21만5천섬의 수확을 기록,전년의3천2백42만4천섬보다 오히려 수확이 늘었으며 82년의 경우는3천5백93만8천섬으로 81년의 3천5백16만섬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밖에 지난 92년에는 미곡 생산이 3천7백2만3천섬으로 91년의 3천7백39만섬보다 5백만섬 가량 떨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흉작은 아니었다.
고추의 경우도 10a당 생산량이 76년 1백45㎏,77년 1백42㎏,81년 91㎏,82년 1백15㎏,91년 1백99㎏,92년 2백23㎏ 등으로 가뭄으로 큰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콩은 10a당 생산량이 76년 1백19㎏,77년 1백27㎏,78년 1백19㎏,81년 1백27㎏,82년 1백27㎏,91년 1백54㎏,92년 1백68㎏등으로 다소 기복은 있지만 가뭄과 관계없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예상과는 달리 가뭄이 작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냉정히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가뭄이 상당 기간 지속될 때 수리불안전답(올해의 경우 전체 농지 면적의 25%)에는 물론 큰 타격을 주지만 수리시설이 잘돼 있는 곳은 거꾸로 冷害를 막아주고 日照量이 많아 벼를 잘 자라게 하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부 관계자는『가뭄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경우에 한한 얘기이긴 하지만 벼는 물만 어느 정도 있으면 햇볕이 많을 수록 더 잘 자란다』면서『특히 천수답을 가진 농민들은 시름이 많겠지만 끝까지 용기를 잃지 말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야 한다』고말했다. 趙在衍 농업진흥청 차장은『현재 이삭이 패기 시작한 조생종을 많이 기르는 중부 지역의 경우 햇볕이 많아 작황이 오히려 좋은 편』이라며『그러나 앞으로도 비가 상당기간 오지 않을 경우에는 논 농사도 전국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 라고전망했다.
趙차장은 참깨나 과수등은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어 가뭄에 별다른 영향을 안받겠지만 콩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비가 올 경우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질소 비료를 한꺼번에 많이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수산부는 가뭄 장기화에 따른 쌀 수급문제와 관련,20일 현재 정부 보유미와 민간 재고를 합쳐 2천만섬의 쌀을 갖고 있는데 한달 쌀 소비량이 2백80만섬 정도임을 고려할 때 적정재고 6백50만섬을 유지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 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림수산부는 올해의 가뭄은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극심한 것이어서 과거의 예로 생산량을 갖고 속단하기는무리고 현재의 가뭄이 내달 중순까지 이어지면 쌀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朴義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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