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貨강세 파도를 타라-은행.기업들 기민한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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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원貨 절상의 신호등이 지난주부터 연 5일간 켜지자 금융기관과기업들이 예상대로 기민한 대응을 시작했다.
은행이나 기업 모두 달러 보유를 가급적 줄이는 대신 원화 자금 보유를 늘리고 있으며,이에 따라 원화절상추세는 더욱 빨라지고 자금시장에서도 실세금리의 오름세가 진정되는 등 민감한 파장이 일고 있다.
당국이 최근의 원화 절상을 통해 단기적으로 의도하던 바가 시장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5일 외환시장에서는 지난주 말 이후의 원화 절상 전망이 반영되면서 달러를 팔자는 쪽이 늘어나 원화 환율이 현물환의 경우매매기준율인 달러당 8백3원90전보다 훨씬 낮은 8백2원70전에서 첫 시세가 형성되는등 내림세(절상추세)가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을 반영하는 하루짜리 선물환 시세는 이보다 더 낮은 달러당 8백2원50전선에 형성됐다.
이같은 추세는 지난 22일 이후 원화가 절상 추세를 확실히 드러내면서 은행과 기업들이 달러및 원화자금 운용 전략을 손질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재무관리팀 姜年宰부장은『정부가경기조절을 위해 수출에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원화 값을 절상시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미 계열사들에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는 가급적 빨리 내다팔고 수입 결제는 기 한까지 최대한늦추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상업은행 국제부 金榮福차장도『최근의 원화절상은 실수요보다는 당국의 정책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면서『은행들도 달러보유를최대한 줄이고 있어 이번 주 중에 달러당 8백원선을 한번 두드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자금시장에서는 수요부담이 줄어드는등 민감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자금시장에서 회사채수익률은 지난주 말보다 0.01% 포인트 떨어진 연 13.72%에서 시작되는등 전체적으로 약세 분위기로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서증권 崔晶植이사는『25일 부가세 마감을 고비로 월말 자금수요가 한풀 꺾인데다 원화 절상이 금리상승 부담을 다소 덜어줄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실세금리 오름세가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원화 절상이 실세 금리 오름세를 다독거리면서 경기를 조절하는 선순환이 일부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나오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원화의 절상은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에 충격을줄 수 있으므로 당분간 원화환율은 달러당 8백원선에서 머뭇거리며 완만한 절상 추세를 탈 것으로 보는 것이 외환시장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孫炳洙.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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