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에듣는다>이홍자씨 간호사도 의료인 인식가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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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환자가 낯설기만한 입원생활을 좀더 편안하게 지내는 비결이 있다. 가장 가까이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간호사들과 친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병원 간호사들은 하루3교대의 빠듯한 근무일정에 쫓기기 일쑤며 환자들 역시 의사를 돕는 보조인력의 하나로만 간호사를 대하는 것이 우리네 실정.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병동 수간호사 李洪子씨(36)는『혈압을 재거나 투약.처치를 하는등 간호사의 간호행위도 의료법에 명시된분명한 의료행위』라며『간호사의 말이라면 무시해 버리려는 그릇된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간호사생활 8년째이며 서울대병원 최고 친절간호사로 선정되기도 한 李씨는 더이상「看護員」이 아닌 전문직종으로서의「看護師」의 역할을 힘주어 설명했다.
즉 의사가 아무리 완벽한 진료지시를 내린다 할지라도 이를 환자에게 직접 행하는 간호행위가 잘못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것. 요즘 李씨가 가장 골머리를 앓고있는 것은 식사문제로 환자와 다투는 것이다.
『우리나라 환자분들은 수술이나 주사만이 치료의 전부인줄 잘못알고 있지만 실제 고혈압.심장병등을 앓는 환자들에겐 低鹽食,저지방식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병원에서 급식되는 저염식은 이만저만 싱거운 것이 아니라서 이내 환자들로부터외면당하며 몸에 좋다는 각종 영양식이 가족을 통해 총동원 된다는 것. 최근 심장이식술을 받은 어떤 환자도 콜레스테롤이 많아해로울 수 있는 보신탕을 병실에서 몰래 먹다가 들켜 말썽을 빚은 바 있었으며 고혈압 환자중엔 소금덩어리인 죽염신봉자가 많아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20년 이상 묵은 된장이 고혈압에 좋다는 소릴 듣고 짜디짠 된장을 몇 숟갈씩 떠먹는 환자마저 있었다는 것.
「내몸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식사만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막무가내식 억지 주장이야말로 일선간호사들이 가장 싫어하는환자유형이라고 李씨는 귀띔했다.
간호사도 의료인인 만큼 모든 환자는 예외없이 간호행위나 지시에 성실히 따라야 하며 그것이 가장 빨리 쾌유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 李씨의 지론이다.
〈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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