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테르 희곡 마호메트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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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는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중 간판격인 프랑스의 볼테르(Voltaire.1694~1778)가 태어난지 3백년이 되는 해.모국인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그의 사상과 작품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볼테르는 지금 무덤에서 마음이 편치 못할 듯 하다.탄생 3백돌 기념작으로 스위스 제네바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그의 희곡 『마호메트』(Mahomet,ou le Fanatisme.1742년작)공연이 중간에 취소됐기 때문이다.
제네바는 볼테르에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는 곳.프랑스와 프러시아의 궁정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그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제네바였다.
볼테르는 인생의 막바지 23년간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정치와 사회,그리고 당시 사회전반을 지배하고 있던 종교와 교회에 대해서 과감한 비판을 펼쳤다.
소설.풍자.논문등 모든 장르에 걸쳐 시대의 악폐를 공격하고 종교적 편견과 불공정한 재판의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맹렬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런데 『마호메트』공연을 도중하차시킴으로써 제네바가 그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마호메트』는 볼테르 희곡 33편중의 하나로 당시 기독교의 편협한 사고를 비판한 작품이다.볼테르의 다른 희곡작품과 마찬가지로 볼테르 연구가들사이에『마호메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학자들은 볼테르의 희곡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다.볼테르의 대표작인 『캉디드(Candide.1759)』나『철학사전(Dictionnaire Philosophique.1764)』같은 작품이 18세기 「백과사전」학풍 형성에 큰 기여를 한데 비해 희곡작품은 뛰어난 공헌이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마호메트』를 무대에 올리려 했던 연출자의 생각은 다르다.그는 『마호메트』가 훌륭한 작품이라고 추켜 세운다.
연출자에 따르면『마호메트』의 주제는 이슬람교 창시자에 대한 적대적인 비판이 아니다.오히려『마호메트』는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종교적 광신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을 요구하는 뛰어난 예술작품이라는 것이다.
『마호메트』공연이 취소된 것은 제네바에 있는 이슬람 세력들이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신성한 마호메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이 공연돼서는 절대로 안된다는게 이슬람신도들의 입장.
연출자는 물론 배우.의상디자이너,심지어 관객에까지 협박이 쏟아졌고 신문에서도 매일 찬반논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제네바의 실력자들도 점차 공연 반대론쪽으로 기울어졌다.우선 정부 지원이 슬그머니 취소되고 은행들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기획진들은 일반인들의 기금을 모아 공연을 계속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지만 관객들의 반응마저 신통치 못해 결국 중 도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마호메트』의 공연수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1742년 파리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도 정통 가톨릭을 내세우는 얀센파(17세기 네덜란드 신학자가 주창한 교회개혁파)들에 의해 시작며칠만에 공연이 중단됐었다.
볼테르 3백돌 기념행사는 계속되겠지만 『마호메트』가 언제 다시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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