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한승원.조정래.김성동 장편 잇따라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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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짜증나고 지루한 여름이다.휴가지에서 차분하게 더위를 식히며 읽을 만한 중진작가들의 장편소설이 잇따라 출간됐다.韓勝源의『동학제』,趙廷來의『아리랑』,金聖東의『길-어두운 숲속에서』등은 책읽는 재미와 생각할 여유를 제공할만한 수준작들.
『동학제』는 동학혁명을 전후한 1890년대를 배경으로 양민들이 부패한 지배계층과 밀려오는 외세에 대항해 주체적인 세계관을형성해 가는 과정을 동학을 중심으로 전개한 작품.동학혁명을 다룬 기존 역사소설들이 전봉준.김개남.손화중이라는 실존인물에 의존,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반면 「작가의 얘기」가 부족했다면 『동학제』는 처음부터 허구의 인물을 설정하고 공간적 배경도 농촌이 아닌 어촌으로 잡은 점이 다르다.작가는『동학제』의 성격을「갯벌주변의 끈끈하고 질퍽한 애욕의 갈등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유기질 역사소설」로 요약한다.현재 3권이 출간된『동학제』는 늦어도 8월초까지는 전7권이 완간될 예정이다.
『아리랑』은 『태백산맥』이후 작가가 일본.하와이.만주.블라디보스토크등 해외취재와 방대한 자료수집을 거쳐 내놓은 근대 민족사의 대서사시다.『태백산맥』이 48~53년까지 잃어버렸던 분단사에 대한 복원이라면 『아리랑』은 1904년 여름 부터 해방까지 벌어진 민족수난과 투쟁의 역사를 민초들의 입장에서 복원하고있다. 90년12월 한국일보에 연재를 시작,7월말로 연재가 완료될 이 작품은 이중 1부 『아,한반도』 3권이 지난달 출간됐고 올11월말 나머지 12권이 출간될 예정.1부 『아,한반도』에서는 1904년부터 1910년까지 제국주의 일본의 對 한반도침략과정과 민중들의 의병활동이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작가는 후기에서『조국은 영원히 민족의 것이지 주의자들의 것이아니다.그러므로 민족의 독립을 위해 피흘린 모든 사람들의 공은공정하게 평가되고 공평하게 대접돼야 한다』고 적고 있다.
『길-어두운 숲속에서』는 91년 출간된『길-늘 떠나는 아이』의 하권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3월말까지 지방신문에 연재되다 이번에 이미 발간된『만다라』『집』과 함께 자선소설선의 한권으로 출간됐다.
『길』은 金聖東의 개인사와 대비시켜 볼때 출가직전까지의 그의고단하고 혼돈스런 삶이 담긴 작품이다.『길-늘 떠나는 아이』는풍비박산이 날 수밖에 없었던 가계의 속사정과 살아남은 사람들의피곤한 생활이 어두운 색깔을 띠면서도 맑게 그려져 있고 『길-어두운 숲속에서』는 출가직전 빠져들었던 삶에 대한 근원적 고뇌가 배어 있다.
『만다라』는 출가이후 구도를 향한 싸움과 결국 환속하기 까지의 정신적 갈등을 그리고 있고 『집』은 환속한 이후 한 아비가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이렇게 볼때 자전소설 3편중 『길-어두운 숲속에서』가 가장 나중에 출간됐 지만 작가의 개인사적 흐름을 고려하면 『길』『만다라』『집』의 순으로 읽는것이 가장 자연스런 독서방법이 될듯싶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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