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체제 일사불란했다-訪北물의 박보희씨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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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金日成조문차 平壤을 방문하고 23일 北京으로 돌아온 朴普熙씨(세계일보사장)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은 외국기자들조차 반박을 제기할 만큼 강변이라는 비판을 듣기에 충분했다.
朴씨는「본인이 平壤을 방문한 배경과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우리말과 영어로 낭독하면서 金正日을 언급할때 마다 『His Excellency』(각하)와『김정일비서님』이란 敬語를 깍듯이 사용했다. 그는 자신의 訪北이『북한의 새지도자들을 만나 북한이 처한 현실정을 정확하게 알고 미래의 전망을 예견하고자 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도「육사생도」「6.25전쟁의 총알받이」라는 등의 과거사까지 들어가며 자신이 용공주의가 아님을 애써 강조하려 했다.그러나 그런사람이 어떻게『His Excellency』란 호칭을 사용할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앞뒤가 안맞는 궤변」이라는외국기자들의 비난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 을 정도였다.
처음『영어 발표문은 외국인인 내 수행참모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읽은 것』이라고 하더니『그러나 우리말로는 각하란 표현은 한번도 쓴적이 없고 金正日비서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발짝 물러선 뒤『그런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기자회견을 영어로 할 만큼 자신의 영어실력에 자부심을 갖고있는 朴씨가 아무런 고심없이『His Excellency』란 호칭을 썼다는 변명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金正日과 찍은 사진을 스스로 TV카메라에 공개한 것이나『이번조문객중 金비서님을 접견한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며 자긍심을 피력한 부분에서는 오히려 측은한 느낌마저 들었다.
『勝共통일의 신념이 있기에 북한을 자신있게 다룰수 있다』는 그의 말과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그의 언행은 아무리 꿰맞춰봐도 앞뒤가 맞지않는다.오죽했으면 회견장의 한 외국기자가『평화와 사랑의 메신저라 자처하는 당신이 金正日에게 강제수용소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백만 정치범들을 왜 석방하지않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느냐』는 뼈있는 질문을 던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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