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피못잡는 경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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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라의 중요 경제정책에 도대체 줄기가 서 있지 않다.은행 소유구조 개선방안,공기업 매각방식,경쟁도입을 위한 진입규제 철폐등 중요한 경제정책에 원칙과 비전이 없고 사안마다 갈팡질팡이다. 재무부는 최근 은행 소유구조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스스로 제시했던 대주주협의회 신설방안을 백지화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대주주협의회 신설을 철회한것 자체는 잘한 일이다.우리는 市銀에 대한 개인 소유지분 한도를 낮추고 대주주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은행의 자율경영 능력 증대나 금융산업 경쟁력강화를 뒷받침하기 어려울 뿐아니라 대주주의 談合가능성,또는 소액주주의 배제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반대했었다.재무부의 반대로 금융전업기업군 육성 방안이 무산되고 이번에 대주주협의회 방안도 백지화됨에 따라 이제는 현재의 은행장 추천위방식 유지나 재무부가 또다른 대안으로 내놨던 금융전업기업가 방식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돈 많은 개인이 금융기관을 소유.지배하는 금융전업기업가 방식은 현실성이나 정당성 면에서 도저히 수용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니만큼 결국 남은 것은 현 체제대로 가는 것 하나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도대체 지금까 지 왜 은행소유구조 개선을 논의해왔는지,개선 의지는 있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물론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신중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그러나 그간 벌어져온 일들을 보면 이를 신중함으로 좋게 볼수가 없다.그 저변에는 청와대.기획 원.재무부간의 알력,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의 유지,또는 제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爭鬪의기류가 깔려있다.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문인,그래서 선진경제로의 길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금융산업의 효율화를 위한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서의 소유구조 개선은 그런 기류 위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공기업 민영화는 일부 매각대상 기업에 대한 30대그룹의 참여를 배제키로 함으로써 원칙과 형평,효율성 제고 모두를 스스로 훼손시켰고 여러 산업분야에서 아직도 진입장벽의 存廢를 놓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개방화.국제화 시대에 는 경쟁촉진을 통한 체질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경제력 집중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일부 여론의 눈치보기,나아가 이같은기류에 편승해 기득권과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이해타산이 얽혀 事案마다 원칙도 없이 갈팡질팡이다.
원 칙에 충실한,비전이 뚜렷한 정부정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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