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더위먹은 방송 김일성 장례날짜도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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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더위탓인가.방송의 곱상하지 않은 실수가 자꾸 터져 나오고 있다.한번 방영됐던 뉴스장면이 다른 아이템의 화면으로 등장하는가하면 金日成장례식의 일자변경을 깜빡한 사고까지 터지고 있다.
모방송국 9시뉴스가 17일 방송한「부산 해운대 1백만 인파」라는 제목의 피서스케치뉴스는 해수욕객 인터뷰및 스케치 일부화면을 내보냈으나 이는 바로 1주일전 방송한「부산 해운대 80만 인파」에 나갔던 화면을 재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80만 인파」장면을 시청했던 사람들은 필시 의아하다는생각을 가졌겠으나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아마 별 생각없이 넘어갔을 것이 분명한 셈이다.
방송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이전에 사용했던 화면을 반복해 내보낼 경우 화면 위쪽에「자료화면」임을 자막으로 명시해야 하나 이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 방송국의 담당간부는『문제의 뉴스는 우리 부산방송국이 자체보도한 것을 방송한 것으로 아마 담당자가 착오로 같은 테이프를반복해 돌린 것같다』며『인터뷰등 취재내용이 모자라 재탕한 것은절대 아니다』고 해명을 거듭했다.역시 17일.
한 라디오방송의 인기 쇼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이날 金日成의 장례식을 치른 것으로 단정한 멘트가 그대로 나와 청취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 사고는 원래 17일로 예정됐던 金日成장례식을 염두에 두고녹음 편집해 놓았던 부분이 그대로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북한측이 장례식을 19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던 것이 15일이니 만큼사전에 이를 수정편집하지 못한 것은 有口無言의 부주의였던 것이다.담당간부는 이와 관련,『비가 오는데 날씨가 좋다는등의 사전녹음에 따른 실수가 가끔 있어 주의를 기울여왔으나 이번에는 워낙 미묘한 사안이라 파장이 컸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물론 최근의 이 두가지 실수는 담당자의 설명이나 앞뒤 정황으로 보아 종사자들의 단순한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그러 나보 다큰 문제는 방송의 실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문제임에도 매번 긴장감없이 일과성으로 넘어가「 실수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는데 있다.
한번 전파를 타면 되돌릴 수 없는 방송의 특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이젠 새로운 긴장감속에 잦은 실수를 反芻해보아야 할시점이 된 듯하다.
〈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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