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해마다 수익낸 괴력의 펀드 10선..비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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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업계에서는 '지수대비 높은 수익률'(아웃퍼폼, 반대는 언더퍼폼)만 내도 담당 매니저의 실력이 괜찮다는 평가를 내린다. 지수가 1년간 20% 하락했는데 주식펀드가 10% 떨어졌다면 이 펀드는 10%포인트 아웃퍼폼한 것이고 매니저는 제법 괜찮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은 다르다. 돈을 맡긴 투자자는 증시 변화와 관계없이 자신의 펀드가 해마다 돈을 불리기를 강렬하게 원한다. 10%포인트 아웃퍼폼했지만 결국 자산이 10% 줄어든 성적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장기간에 걸쳐 해마다 플러스 수익을 내기는 매우 어렵다.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해마다 수익을 낸 펀드가 있다면 이는 매우 놀라운 성적이다.

마켓워치가 모닝스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채권과 다른 파생상품에도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중 10년동안 해마다 빠짐없이 수익을 낸 펀드는 10개였다. 4929개의 주식형펀드중 97년부터 2006년까지 수익률 기록을 가진 펀드는 1818개였으며 이중 10개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선정된 것이다. 이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는 한마디로 '수퍼스타'라 할 만하다.

2000년 기술주 버블 붕괴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수익을 냈다. 아무리 힘있는 '곰'이 세상을 지배해도 지혜롭게 이를 극복했다. 잠깐 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1년을 지나고 보면 일푼도 잃지 않았다. 안정적인 수익이 쌓이다보니 10년 수익률은 대부분 100%를 넘었고, 200%를 넘는 펀드도 있었다.

모닝스타의 크리스틴 벤즈 펀드 분석가는 "매우 얻기 힘든 성과다. 펀드 매니저들은 자산의 전부를 투자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기 마련"이라며 "약세장에서 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10개의 펀드다. 공통점은 환상적인 자산 배분이었다.

◇ Rowe Price Capital Appreciation / ING T. Rowe Price Capital Appreciation
이 두 펀드는 91년 이후 해마다 수익을 냈다. 대부분 미국 주식과 전환사채에 투자했다. 미재무부 채권과 현금 등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포트폴리오를 조절했다. 지난해 이 펀드 운용팀에 참가한 데이비드 기룩스는 "다양한 자산을 융통성있게 투자한 결과"라며 "강세장에서는 언더퍼폼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성적은 언제나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 그는 전환사채를 줄이고 재무부 채권을 늘렸다. 리먼 브러더스 등 위험이 있는 주식 비중은 줄였다. "고객들은 은퇴 후를 대비해 장세 변동과 관계없이 해마다 8~12%의 수익을 얻기를 원한다"고 기룩스는 강조했다.

◇ Delaware Dividend Income

이 펀드는 채권 소득과 주식투자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투자책임을 주식과 채권 매니저에게 분배했다. 투자 노하우는 매우 창조적이다. 최근 포트폴리오는 자산의 40%를 미국의 대형주에 투자했다. 인텔 버라이존이 가장 많았다. 20%는 하이일드 채권에 넣었고 15%는 부동산에, 나머지는 전환사채나 우선주 그리고 현금으로 분산했다.

◇ Permanent Portfolio

이 펀드 책임자인 마이클 쿠기노는 자산 분배를 극한까지 가져가는 개선을 발휘했다. 성장주와 채권, 금, 은, 스위스 프랑, 천연자원 그리고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화려했다. 94년 손실을 낸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

현재 쿠기노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와 소비재가 타깃이다. 셰브론, BHP 빌리톤, 프리포트-맥모란 코퍼&금(FCX)가 3대 톱픽이다. 바이오주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편안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는 "안전한 주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우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하락 위험을 줄이고 자본 증식을 키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First Eagle Overseas

지난 수년간 미국 밖의 주식이 강세를 보였다. 약달러는 미국인들에게 해외투자 기회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이 펀드는 해외투자에서 놀라운 성적을 냈다. 나라 안팎을 오가는 대담한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냈다. 매니저인 장-마리 이베일라드는 중형주는 물론 종종 소형주까지 손을 댔다. 신규 투자자는 이펀드에 가입할 수 없다.

◇ Gabelli ABC

A는 아비트리지(차익거래),B는 채권, C는 전환사채의 약자다. 독특한 이름에 걸맞게 수익률 역시 독특하게 안정적이었다. 유명한 가치주 투자자인 마리오 가벨리가 내세우는 대표 펀드다. 인수합병은 물론 기업 분할과 구조조정까지 관심을 갖는다. 다른 투자자와 가벨리 자신이 평가한 기업가치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이용해 수익을 냈다. 기회를 제때 포착하기 위해 자산의 25내지 30%는 현금으로 남겨놓는다. 모닝스타는 "변동성이 매우 낮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Evergreen Asset Allocation

GMO(Grantham, Mayo, Van Otterloo)로 널리 알려진 펀드 회사는 제레미 그란담이라는 유명한 대표를 두고 있다.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 펀드다. GMO의 주식과 채권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이다. 거대 금융기관이 투자하는 것과 유사하다. 포트폴리오는 미국은 물론 해외주식도 포함한다. 최근 이머징마켓 비중은 10%에 달했다. 미국과 해외 채권 등도 담았다.

◇ Manning & Napier Pro-Blend Conservative Term

이 펀드 운영사인 매닝&내피어 어드바이서는 지금은 유행이 된 라이크 사이클을 겨냥한 투자의 선구자였다. 은퇴 이후를 주목한 장기투자에 집중한 것이다. 이 펀드는 같은 개념으로 자산을 선정하고 투자한다. 고수익보다 자산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다. 높은 수익률은 두번째 목표다.

매니저들은 주식과 채권을 오가며 자산을 분배한다. 최근 자산의 3분의 2는 단기 정부채권과 현금에 투자했다. 나머지는 주식을 샀는데, 인터내셔널 게임 테크롤로지, 코카콜라, 보스턴 사이언티틱처럼 운용사만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물씬 묻어나는 종목들이었다.

◇ Principal Investors SAM Flexible Income

SAM은 전략적 자산 운용(strategic asset management)의 약자다. 우선 거대 운용사인 프린시플 파이낸셜 그룹에서 제공하는 주식과 채권형 펀드에 투자한다. 3번째 포트폴리오는 투자등급을 지닌 모기지 증권이었다. 하이일드 펀드와 정부 채권도 있었다. 25%는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 베스트 펀드가 꼭 우량주, 우량 채권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었다.

◇ Vanguard LifeStrategy Income

뱅가드 그룹은 낮은 펀드수수료와 인덱스펀드 운용으로 유명하다. 이 펀드오브펀드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펀드는 지금 뱅가드의 4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고 있다. 50% 정도는 토털 본드 마켓 인덱스펀드에, 25%는 자산 배분 펀드에 넣었다. 20%는 단기 투자 등급 펀드에 넣었고 나머지 5%는 토털스톡마켓인덱스펀드에 투입했다. 자산의 30%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일은 없었다. 다른 펀드들처럼 현금 비중을 효율적으로 가져간 게 좋은 성과를 냈다.

【서울=머니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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