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미술대학에 면학열기-동국대서 내달 12일까지 개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과감하게 원색을 찍어 맑게 써보세요.네…좋습니다.사과의 붉은 빛이 캔버스 위에서 살아나지 않습니까.』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찍어내며 주부학생들은 아들뻘 되는 선생님의가르침에 고개를 끄덕여보지만 학창시절을 떠난지 오랜 그들의 수채화붓의 놀림은 그저 낯설기만 하다.「주부미술대학」이 열리고 있는 東國大 明進館 건물.찌는 듯한 삼복더위보다도 만학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는 주부들의 열기가 더욱 후끈하게 느껴진다.
대학이라는 넓은 공간과 미술을 전공한 풍부한 인력을 활용해 열리고 있는 「주부미술대학」은 10월에 있을 제1회 중구예술제에 앞서 지역주민과 대학간의 거리감을 허물기 위해 마련된 행사.중구지역주민을 포함해 각지에서 소식을 듣고 찾아 온 80여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대학교수.대학원생.학부학생들이 강사나 조교로 나서 지난 10일부터 시작,8월12일까지 진행한다.이 행사의 주최는 東國大 예술대 학생회〈(02)(260)3669〉.대학이 데모로 얼룩진 저항의 이미지를 씻 고 지역사회 발전에 뭔가 기여할수 있어야 한다는데 생각을 같이한 교수.학생들이 똘똘뭉쳐 행사를 계획한 결과다.
특히 방학동안 놀려두기 아까운 대학시설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해활용할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 공감,주부미술대학을 추진했다는 것이다.주부대학에 개설된 강좌는 수채화.동양화.크로키.유화.전통공예등 5개 강좌 9개반.
짧은 시간에 사물에 대한 묘사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크로키나 기본적인 정물과 주변 풍경을 표현하는 수채화는 오랫동안 붓을 놓은 주부들도 쉽게 배울수 있는 과정이다.
또한 전통적인 목공예기법및 은입사기법을 배워 보석함등 소품을만들어보는 전통 공예과정도 손재주가 없더라도 부담없이 배울수 있다.각각의 강좌는 맨처음 미술을 접하는 주부들을 위한 초급반,어느 정도 기본을 터득한 중급반,창작을 중심으 로 이루어지는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수강을 원하는 주부들은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 등급이 정해진다.한사람당 2개 강좌까지 신청이 가능하며 강의시간은 월요일부터금요일까지 오전.오후로 나뉘어 2시간씩 진행된다.참가비는 2만원. 강의시간은 미대교수들의 미술 이론강의와 대학원생과 학부생들의 실습지도로 짜임새있게 이루어진다.예컨대 수채화시간의 경우미대미술학과 학과장인 吳元培교수의 지도아래 정물등 재료의 이해.기초 데생.야외 스케치실습이 주된 강좌 내용이다.
동양화강좌는 동양화 전공 宋榮邦교수,전통공예강좌는 불교고미술전공인 鄭明鎬교수가 맡아 단순히 미술기법만이 아닌 풍부한 교양교육도 곁들인다.여타의 문화센터나 화실에서의 미술교육과 달리 「주부미술대학」은 주부학생들이 익힌 실력을 과시 할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졸업작품 가운데 잘된 것은 중구예술제에 당당히 출품되기 때문. 『惠蘭을 그릴 때는 春蘭과 달리 잎이 가늘고 길며 생동감이있게 해야 하는데 잘 안돼요.하지만 뭔가를 배운다는 건 확실히즐거운 일입니다.』 동양화반 조교인 미대 4학년 千萬錫씨의 시범을 열심히 지켜보고 붓 가는데 온정신을 몰두하고 있는 權連淑씨(46.서울성북구보문동)의 모습에서 여름을 건강하게 이겨내는주부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주부미술대학」은 겨울방학에도 계속된 다.
〈康弘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