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원인사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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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전되자 사표를 낸 趙胤판사의 사연은 富에 대한 우리 사회의그릇된 선입견을 다시 되새겨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趙판사는 지난해 9월 재산공개때 재산액수가 법관평균보다 많은 21억여원이었고,집이외의 부동산이 있다는 이유로 투기 의혹까지 샀다.그 의혹은 근거가 없음이 드러났으나 영전을 명예회복의 계기로활용한걸 보면 그가 그동안 겪은 정신적 苦楚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趙판사는 영전발령으로 명예가 회복된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끝내 法服을 벗게 됐다는 점에서 결국 그는 잘못된 인식의 희생양인 셈이다.이런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된다.우리사회체제에서 돈이나 재산 그 자체가 무조건 斜視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不正한 방법으로 모은 濁富라면 모르되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해서 축적한 것,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획득한 淸富가 어떻게 비난의대상이 될 수 있는가.
그럼에도 우리 사회엔 아직까지 재산이 많으면 부정축재로 보고, 적으면 청렴하다고 보는 二分法的 사고방식이 지배적이고 그 영향이 곳곳에 미치고 있다.
사법부도 예외는 아니다.재산공개이후 평균이상의 재산을 가진 법관들은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고,지난 5일의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도 유산이 많은 법관은 그 때문에 제청 대상에서 탈락했다는 뒷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그러면 유산도 받지 말라는것인가. 법적 엄정성을 통해 사회에 올바른 가치관과 인식을 심어줄 책무를 지닌 사법부마저 여론의 향배에 신경쓰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두차례의 人事에서 뚜렷이 느껴지는 지역按配주의도 문제다.인사의 1차적 기준은 어디까지나 법관으로서의 능력과 품성이어야 한다.그런 당연한 기준이 지역안배에 의해 2차적인 것으로 밀려난다는 것은 本末이 바뀌는 것이다.
司法府의 엄정성과 소신은 판결만이 아니라 人事를 통해서도 표출돼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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