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보이네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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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선 안될 일과 해도 괜찮은 일의 구별이 세월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과거의 「正答」이 오늘은 誤答이 되는 일도 있고,사회변화가 빠를수록 正答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배꼽 주위를 드러내놓는 복장 스타일이「보이네 패션」이란다. 「보이네 패션」은 경범죄가 되는가,안되는가.
正答은 죄가 안된다는 것이다.
光州경찰서는 배꼽 주위를 심하게 노출시킨「보이네 패션」의 아가씨 두명을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심에 돌렸으나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法은 공공장소에서 몸을 지나치게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 또는 불쾌감을 주면 처벌토록 돼있으나 배꼽노출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朴正熙정권 시절엔 경찰이 가위를 들고있다가 지나가는 장발족을 붙들어 강제로 머리털을 자르기도 했고,미니스커트 아가씨를 불러세워 무릎위 몇㎝까지 올라가는지 재보고 처벌하기도 했다. 그때는 有罪이던 것이 지금은 無罪가 된 것이다.
하기야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자기 옷맵시나 머리모양은 자기 마음대로 하게 하는 것이 옳다.국가가 그런 것까지 국민을 못미더워해서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내 배꼽을 내놓든 가리든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말릴 수 없는 일인지 모른다.타인에게 불쾌감만 주지 않으면괜찮다는 것이 法이니까.
그러나 요즘 젊은 여성들의 옷차림을 보면 불쾌감이라고는 할 수 없더라도 보기에 아찔하거나 민망한 경우가 많다.엉덩이를 겨우 가린 초미니스커트,팬티인지 바지인지 구별이 쉽지 않은 핫팬츠,「보이네 패션」….
그것이 아무리 유행이라 해도,또 비록 무죄라 해도 보통 사람들을 아찔하게 하거나 민망한 느낌을 갖게 할 정도면 그에 따른보답은 받게 마련이다.「야하다」「천하다」는 눈초리가 바로 즉시받는 보답이 아니겠는가.
유행은 덧없는 것이다.바보가 유행을 만들고 현명한 자라도 그것을 안따를 수 없는 것이 유행이라는 말도 있지만 실용성 없는유행을 분별없이 따라만 가다보면 어느덧 바보가 되는 수도 있다. 내 옷차림도 남이 볼 때엔 꼭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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