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파문 뭘 남겼나-정치권 保革 판도변화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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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金日成조문 파문은 18일 정부의 對北韓.통일정책 기조발표와 19일 金日成장례식을 끝으로 일단락된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문단 파문을 계기로 정치권은 물론 사회.대학가등에 잠복해 있던 이념적 스펙트럼이 일반국민과 얼마나 다른지 확연히 드러났다.
이번 파장이 정치권에 미친 충격파도 적지않다.일부에서는 세력판도의 변화가능성까지 예고할 정도다.
조문단 파견 발언을 꺼낸 民主黨내 개혁모임의원들과 일반 보수성향 의원들 사이,조문에 적극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공화.민정계의원들과 이들보다 반대에 소극적이었던 민주계의원들 사이에 묘한시각차이가 드러났다.민주당의 보수 성향 의원들 과 민자당의 보수성향 의원간에 공감대가 있고,진보적인 민주당의 개혁모임과 민자당의 민주계 의원간에 감정을 공유한 측면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번 파동으로 우리 정치권의 이념 노선이 어느정도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으며 일부 민주당 보수의원들이『아예 이념정당을 차려 나가라』는 지적처럼 개혁모임 중심의 이념정당으로의 발전여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외무통일위에서 6共 총리출신의 盧在鳳(전국구),5共말 안기부장을 지낸 북한태생의 安武赫(전국구),민정당출신의 4선의원 朴定洙(金泉-金陵)의원등은 民主黨의 李富榮(서울江東甲).林采正(서울蘆原乙).南宮鎭(전국구).李愚貞(전국구) 의원등의 조문단 파견주장에 정면으로 맞섰다.
행정경제위의 공화계 趙容直의원(전국구)은『金日成은 戰犯』이란논리로 조문단 파견 의사를 묻는 질문조차 원천봉쇄했으며 본회의에서 강도높게 비난한 것도 민정계의 金永光의원(松炭-平澤)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명확한 對北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이 와중에 민자당내 민주계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민주계는『남북대화를 해야할 정부가 북한을 敵으로,또 金日成을전범으로 규정해서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아래 정부의 입장표명이 적절치 않다는 자세였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여론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공식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으며 상대적으로 민정.공화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하나로 뭉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3월 재산공개 파문 속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떠올랐던 민정.공화계가 金日成사망과 조문단 파견 논쟁을 계기로 중간계층보수성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세력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조문단 파견논란을 지켜보던 정부가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여권내 판도의 변화조짐을 뒤늦게나마 읽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혁이란 잣대로 측정되던 민자당에 이제 對北문제가 중심축으로떠오른 셈이다.
이런 결과는 궁극적으로 金泳三대통령의 정국운용 청사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정치의 큰 틀이 바뀔 수 있고 정국의 그림을 크게 그려야 한다』(민주계 姜仁燮.李仁濟의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對北 공식입장과 정부및 민자당 민주계 상당수 의원들의 입장이 유사했던 것은 앞으로 전개될지도 모를 정치판 다시 짜기와 관련,미묘한 시사를 던져주는 대목이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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