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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더 긴밀해진 北.中관계-북경지지 필요한 평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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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金日成의 갑작스런 사망이 北韓에 끼치는 영향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사망이 中國에 미친 것보다 훨씬 크다고 할수 있다.
金日成의 돌연사는 또 中國과 북한의 관계를 새로운 단계에 올려놓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록 金이 오래전부터 후계자로 金正日을 지목,원만한 계승을 기도해왔지만 북한같은 고도의 밀폐사회에서 노동당과 군내부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사실상 극히 곤란한 일로 성공 여부는아직 미지수다.
외적으로 드러난 상황들을 분석해볼 때 金日成은 이미 지난해 12월 平壤의 고위지도부에 대한 개편작업을 대략 완료했고 노동당 또한 7개년 경제계획의 실패를 솔직히 시인하는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경제무역정책의 조정국면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金日成이 지난해 10월 핵사찰 문제의 해결방안을 들고나온 것은 급변하는 외부정세와 내부경제의 발전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결과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절실한 요구 표출로 봐야한다. 80년대 들어 舊蘇聯과 중국은 돌이키기 힘든 정치.경제개혁의 길로 들어서 북한의 국제적 지위 또한 변환기에 처하게 됐다. ▲舊소련과 東歐공산권 국가들의 와해▲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향한 전력투구▲한국과 소련.중국간 수교 등은 아시아지역의 냉전구조를 종식시키는 가장 중요한 이정표들이었다.
북한과 중국은 원래 가장 긴밀한 戰友이며 남북한은 여전히 교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관계였지만 92년8월 韓中수교는 과거 역사에 일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平壤은 이때 적극적으로 어떤 돌파구를 찾으려 하기보다 북한 내부의 사회경제적 와해를 두려워해 대외적으로 전면적인 고립정책을 추구했다.
金日成이 핵카드를 들고 나온 데는 바로 이같은 고달픈 배경이있었다. 金은 자신이 죽기전에 예방조치로 새로운 국가정책을 확립,후계자인 金正日이 정권을 이어받자마자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하려고 배려해왔다.
남북한 관계에서의 최대 승리자는 南도 北도 아닌 바로 중국이다.중국은 한국과의 수교를 통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챙겼다.
지난해 양국간 무역액은 91억달러(약 7조2천8백억원)에 달해92년에 비해 무려 50%나 증가했다.중국은 한 국의 제3대 무역국으로 올라섰고 한국 또한 중국의 여섯번째 덩치 큰 무역상대로 자리잡았다.
중국으로서는 바로 동북아시아에서 젊고 활기찰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잠재력 또한 매우 큰 한국이란 새로운 동맹국을 얻은 셈이다. 한국은 비단 경제적 측면에서만 플러스 요인을 제공한 것이아니라 국제정치상의 세력판도에서도 중국에 유리한 위치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했다.이제까지 남북한의 적대관계는 과거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적대국가의 반열에 올려 놓았었다.
그러나 이제 수교로 이같은 적대관계는 청산되고 말았다.하지만중국은 북한이란 전통적인 혈맹국가 또한 잃지 않았다.이는 돌파구를 찾기위한 북한의 노력이 중국외에는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가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그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도 어려울뿐만 아니라 전면적인 자본주의화로 오히려 북한측의 불만을 샀다.중국은 교묘한 半자본주의 半사회주의 국가체제를 유지,여전히 북한의「큰형님」자리를 지켰다.
중국은 이미 北核위기때 북한을 설득할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서중요한 역할을 수행,이를 증명했다.
그러면 중국의 고령지도자들과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던 金日成사망이후 양국관계는 어떻게 발전할까.종전보다 한발짝 더 나아가 더욱 긴밀한 관계로 접어들게 틀림없다.평양은 이미 오래전부터 金日成의 사후를 준비해 왔다.
후계자가 金正日이건,이복동생 金平一이 됐건간에 평양은 모두 北京의 지지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입장이다.
특히 외교에 능란했던「위대한 수령동지」가 없는 지금 평양은 더욱 강력하면서도「唯一」하다시피한 중국이란 동맹국의 지지를 필요로하는 처지다.
北京 또한 공산주의 맏형으로서의 역할수행을 기꺼이 승낙,자신과 같은 의식형태를 가진 아우(북한)를 위해 힘을 보태려할 것은 당연하다.北京은 절대로 평양의 안정이 깨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분열이 현 국제정치형세하에서는 단기적으로 중국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金日成의 사망으로 北京은 오랜 친구 하나를 잃은 셈이지만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지위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더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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