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시장 바닥 찍었나] 분양시장 겨울잠 깨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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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해 10.29 대책 이후 석달째 떨어지던 분양아파트 계약률이 설 이후 높아지고 있다. 쌓여 있던 미분양 아파트도 소리없이 팔린다. 아직 회복을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지난 연말보다 냉기가 걷히는 분위기다. 시장이 더 이상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계약률이 높아지자 주택업체들은 그동안 미뤘던 분양을 재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10.29 대책 이후 실시된 서울 10, 11차 동시분양의 계약률은 평균 20~40%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저밀도지구에서 나온 강남권 알짜 물량조차 계약률이 60%를 밑돌았다. 파주.의정부 등 수도권과 지방은 초기 계약률이 3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최악이었다.

그러나 설 이후 계약률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서울 12차 동시분양 계약률은 일부 소규모 단지를 빼고는 평균 75~95%를 보였다. 강남구 역삼 대우.청담 대림 등 강남권 단지는 90%가 넘는 계약률을 보였고 길음 삼성.미아 동부 등 강북권도 80~95%를 기록했다. 대림산업 박정일 부장은 "지난 연말까지는 로열층도 계약을 포기할 정도로 모든 사업장이 꽁꽁 얼어 있었다"며 "아직 훈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원.양주 등 수도권과 아산 등 지방도 최근 계약률이 80~90%까지 높아졌다. 이들 지역은 한달 전만 해도 계약률이 50% 미만에 그쳤었다. 충남 아산 현대홈타운은 초기 계약률이 60%였으나 최근 90%까지 올라섰다.

미분양 아파트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연말 경기도 양주에서 선보인 대우푸르지오는 4백98가구 중 절반인 2백50가구가 미분양됐으나 지금은 90여가구만 남아 있다. 대우건설 차화영 팀장은 "올 들어 하루에 서너개씩 꾸준히 팔리더니 설 이후 미분양분을 계약하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찾는 손님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파주 교하동문굿모닝힐(3천3가구)도 미분양됐던 9백가구 중 5백40가구가 최근 한달 새 팔렸다. 동문건설 김시환 이사는 "분양권 전매가 안 되지만 입주 시점을 보고 미계약분을 구입하는 실수요자가 많다"고 전했다.

시장 분위기가 나아지자 업체들은 지난해 말에서 올해로 넘겼던 물량을 하나씩 내놓을 태세다. SK건설 최낙문 상무는 "분양시장이 확 살아나려면 시일이 걸리겠지만 입지가 좋은 곳부터 차근차근 물량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3월 분양시장은 다소 활기를 띨 전망이다. 화성 동탄신도시 주변의 태안읍과 봉담읍에서 1천4백여가구가 나오며, 행정수도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되는 충북 오창지구에서도 8천여가구가 쏟아진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계약률이 높아진 것은 분양시장이 호전되는 징표"라면서도 "지역별.브랜드별 차별화가 극심할 것이므로 옥석을 가려 분양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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