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대충돌(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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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주에 떠다니는 수많은 별들 가운데는 간혹 대폭발로 최후의 순간을 맞는 경우가 있다.이때「죽는」별은 태양보다 몇억배나 강한 빛을 내며 타버리기 때문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폭발하는 순간 갑자기 새로운 별이 태어난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서양에서는 이것을 초신성이라 부르며 우리 조상들은 손님별,곧 객성이라 불렀다.
우리 땅에서 최초의 객성이 목격된 것은 1604년 조선조 선조때의 일로 기록돼 있다.『조선왕조실녹』 178권을 보면 『초저녁 손님별이…목성보다 작고 적황색 빛깔로 흔들리고 있었으며 이른 새벽에는 안개가 끼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폭발로 인해 별들이「생명」을 잃게 되는 원인은 여러가지지만 별들끼리 충돌로 폭발하는 경우의 모습이 가장 찬란하며 장관이라고 한다.하늘이 만들어내는 가장 신비로운 모습이라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17일 새벽부터 진행될 목성과「슈메이커 ―레비 9」혜성의 충돌을「1천년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세기적 우주 쇼」라며 지구인들이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그 까닭이다.
하지만 지구인들이 그처럼 흥미와 호기심을 갖는 것도「남의 별의 일」이기 때문이지 그것이 지구의 일이라면 그럴 일이 못된다.목성과 혜성의 충돌로 발생하는 에너지가 지구 최대의 수소폭탄35만개와 맞먹는다는 점을 상상해 보라.지구보다 3백배 이상이나 큰 목성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하물며 지구가 다른 혜성으로부터 그같은「공격」을 받게 되면 대뜸 종말을 맞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과학자들은 약 6천5백만년전 지구도 거대한 혜성에 의해 강타당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이때 공룡등 지구상의 많은 생물들이 멸종됐으리라는 것이다.
아직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지만 만약 지구가 소항성들로부터 공격당하게 되는 경우 핵무기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판이니 지구를 비롯한 우주의 일들은 미묘하고 아이러니컬하다.그렇게 보면 이번 목성과「슈메이커―레비 9」혜성 의 충돌은 단순한「남의 별의 일」이 아닐는지도 모른다.인간들이 제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 으스대며 지지고 볶아도 우주의 섭리 앞에서야 한낱 미물에 불과함을 깨달아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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