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콩·정어리·누에서 추출한 건강식품‘펩타이드’ 비만·혈압·혈당 조절에 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펩타이드(peptide) 식품이란 생소한 이름의 건강기능성 식품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정어리 펩타이드, 콩 펩타이드, 검은 콩 펩타이드, 우유 펩타이드, 실크 펩타이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펩타이드 식품은 저마다 자신만의 건강 효능을 내세운다. 개중엔 정어리 펩타이드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건강 기능성을 인정받은 제품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효능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

 펩타이드란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 두서너 개가 붙어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당뇨병 환자의 감미료로 널리 쓰이는 아스파탐은 아스파라긴산과 페닐알라닌(둘 다 아미노산)의 결합체다. 따라서 펩타이드 식품의 일종이다. 적어도 먹어서 특별히 해로울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늘 먹어온 단백질에서 유래한 식품이기 때문이다.


식품 펩타이드 소재가 함유된 각종 식품들.

 ◆콩 펩타이드=콩에서 콩단백질을 분리한 뒤 콩단백질을 다시 단백분해효소로 잘게 쪼갠 것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이현규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하루에 콩 단백질을 25g(콩으론 약 70g) 이상 섭취하면 심장병 위험이 줄어든다’는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데 있어서 콩보다는 콩단백질, 콩단백질보다는 콩 펩타이드가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콩 펩타이드는 콩이나 콩 단백질보다 소화·흡수가 잘된다. 콩 알레르기를 일으킬 위험도 적다.

 ◆검은 콩 펩타이드=인하대 의대 강주희 교수(약리학)는 32마리의 쥐를 네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엔 고지방 사료만, 나머지 세 그룹엔 고지방 사료에 각각 전체 섭취 열량의 2%·6%·10%에 해당하는 검은 콩 펩타이드를 추가해 먹였다. 28일 뒤 펩타이드를 가장 많이 먹은 쥐들의 체중 증가분이 전혀 먹지 않은 쥐들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또 펩타이드를 가장 많이 섭취한 쥐들은 전혀 먹지 않은 쥐들에 비해 총 콜레스테롤 수치와 ‘나쁜’ 콜레스테롤로 통하는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각각 25%·60% 낮았다(식품과 농업 과학 저널 2007년 2월).

 강 교수는 “검은 콩 펩타이드의 항(抗)비만 효과는 에너지 소모를 돕고 뇌세포에 작용해 식욕을 떨어뜨린 결과일 것”으로 풀이했다.

 농심에서 개발한 검은 콩 펩타이드는 ‘건면세대’ ‘녹두국수’ 등 자사 제품에 사용 중이다. 식약청의 건강기능식품 인정은 아직 받지 못했다. 맛은 쓰다.

 

◆정어리 펩타이드=정어리는 고혈압 환자에게 이로운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다.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는 “정어리의 단백질을 잘게 쪼개 얻은 정어리 펩타이드는 혈압을 떨어뜨린다”며 “혈압 상승을 유도하는 효소인 ACE의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정어리 펩타이드는 식약청이 건강기능식품의 소재로 개별 인정한 제품 1호. 그러나 하루에 6㎎ 이상 먹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다른 혈압약을 복용 중인 사람이라면 주치의와의 사전 상담이 필요하다. 함께 먹으면 혈압을 과하게 떨어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어리 펩타이드는 ‘안심 120 정어리 펩타이드’ 등 국내에서 이미 상품화됐다. 일본에선 정어리 펩타이드, 참깨 펩타이드 등이 혈압을 낮추는 식품 소재로 팔린다. 일본의 유제품 기업인 칼피스사는 우유 펩타이드(락토 트리 펩타이드)를 넣은 발효유를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권장, 연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실크 펩타이드=실크 단백질은 누에고치에서 얻어진다. 실크 단백질을 다시 잘게 쪼갠 것이 실크 펩타이드.
 실크 단백질과 실크 펩타이드는 모두 당뇨병 치료·혈당 조절용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크와 인연이 깊은 누에 가루, 뽕나무 잎의 혈당 강하 효과가 이미 확인됐기 때문이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정윤화 교수는 “2형(성인형) 당뇨병에 걸린 쥐에게 실크 펩타이드를 먹였더니 혈당의 증가가 눈에 띄게 억제됐다”며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나 펩타이드가 인슐린 분비를 도운 결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한 또다른 연구에선 실크 단백질을 먹인 쥐의 공복 시 혈당이 크게 떨어지고(350에서 150으로), 췌장의 베타세포(인슐린 분비)가 재생되는 것이 확인됐다(한림대 의대 오양석 교수). 당뇨병 환자인 한 의대 교수는 실크 단백질을 하루 10g씩 섭취하는데 이보다 많이 먹어도 위험한 저혈당에 이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실크 단백질, 실크 펩타이드는 식약청이 인정하는 건강기능식품 리스트엔 포함돼 있지 않다(출원 전).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