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심하면 생강·오미자차, 거친 피부엔 감잎·구기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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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차는 탕약과는 다르다. 탕약은 질병 치료, 한방차는 질병 예방·건강 증진이 마시는 주된 이유다. 탕약은 진하게, 한방차는 묽게 달여 마시는 것은 이래서다. 한방차는 한약재를 차망에 넣어 우려내 마신다. 주전자에 한약재를 넣고 강한 불에 직접 끓여 마시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이번 가을엔 한방차를 음료수 대신 수시로 마셔 진정한 웰빙족으로 거듭나 보자.

 ◆감기 기운이 있다=생강·대추차나 생강·계피차 등 생강이 든 차가 좋다. 생강이 함유된 한방차는 손발이 차거나 찬 음식을 먹으면 바로 설사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생강이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생강은 또 혈액 순환 개선,노폐물 배출, 이뇨 효과도 있다.

 초기 감기엔 양파 반쪽을 온수에 넣고 30∼60초 뒤에 이 물을 마시는 것도 효과적이다. 마늘(5∼10g)·생강(5∼10g)·파(3대)를 넣고 끓인 물에 배즙(1개 분량)을 추가해 먹는 것도 방법이다. 파·마늘·생강을 먹으면 땀이 난다. 한방에선 바로 이 땀이 열을 내리고 기침을 멎게 한다고 본다.

 감기로 인한 기침이 잘 떨어지지 않을 때는 생강·오미자차가 좋다. 생강은 기침·가래에 좋고 오미자는 오래 지속된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다. 과로로 사고·판단력이 흐려지고 기억력·주의력까지 떨어졌을 때 생강·오미자차를 마시면 ‘기대 이상이네’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때 맥문동을 함께 넣어 마시면 효과가 배가된다.

 ◆양기 부족이 느껴진다=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허리 깊은 곳에서부터 은은한 통증이 느껴지면 신장 기능이 허(虛)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신장 기운이 허해지면 양기가 떨어지고 정력이 부족해진다. 허리·무릎도 약해진다.

 이런 사람에겐 오가피·두충차가 권장된다. 이 차는 신장 기능을 보(補)할 뿐 아니라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 체중·혈당·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지구력을 높여 준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피부가 거칠어졌다=가을은 찬 바람과 건조한 대기로 인해 피부가 거칠어지기 쉬운 계절이다. 피부 때문에 고민인 사람에겐 구기자차·감잎차가 추천된다. 구기자는 오래 복용하면 피부가 고와지는 식물로 통한다. 기미 제거 효과도 있다. 혈액 순환도 돕는다. 어린 싹에 풍부한 루틴·칼륨이 모세혈관을 유연하게 하고 혈압을 낮춰 준 덕분이다. 감잎차엔 피부 건강을 지켜주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 게다가 녹차와는 달리 약산성이어서 많이 마셔도 장(腸)을 상하게 할 염려가 없다. 카페인이 없어 불면증에 걸릴 위험도 없다. 이뇨 성분이 있어 몸의 부기까지 빼 준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가을이 되어 부쩍 길어진 밤에 잠이 안 와서 고생이라면 용안·조인차를 끓여 마시자. 이 차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에서 자주 깨어나는 사람에게 좋다. 스트레스·정신적 피로로 작은 일에도 쉽게 놀라고 가슴이 자주 두근거리는 사람에게도 권할 만하다.

◆혈압이 오른다=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올라간다. 가을에 고혈압·심근경색·뇌졸중 등 혈관 질환이 잦은 것은 이래서다. 한방에선 혈압이 높은 것은 간의 양(陽)기운이 올라간 탓으로 해석한다. 양기운을 내려주고 수축한 혈관을 다시 확장시키는 데는 국화차·갈근차(칡차)가 그만이다.

 국화차는 수험생용 한방차로 유명하다. 머리가 아프고 무거우며 눈이 뻑뻑하고 입이 마르는 증상을 가볍게 해줘서다. 칡차는 숙취 해소용 한방차로도 명성이 높다.  

◆가을을 심하게 탄다=가을을 심하게 타는 ‘계절성 우울증’엔 연자육차가 그만이다. 연자육(연밥씨)이 심신을 안정시키고 오장을 편하게 해준다. 이 차는 우울증 외에 불안·불면·신경쇠약·심계 항진(가슴이 빠르게 뜀) 등의 치유에도 도움을 준다.

◆도움말: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신현대 교수, 경희대 한방병원 침구과 최도영 교수, 광동한방병원 한방내과 최우정 박사, 압구정 함소아한의원 최혁용 원장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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