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무신경한 對北 無償지원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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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방식과 관련해 13일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부 언론이 정부의 국회답변을 토대로 無償지원방침을 보도한 것이다.그러나 정부는 이번 일이 언론의 확대해석에서 비롯된 誤報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과의 경제교류에 있어 매우 예민한 대목 가운데 하나인 무상이냐,아니냐는 문제가 어떻게 불거져 나왔는지 그 발단과정을 살펴보자.
12일 국회 행정경제위원회에서 李明博의원(民自)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소비재.생필품.쌀등을 무상지원할 용의가 없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韓利憲경제기획원차관은『현재 정부는 북한 核문제가 해결되어야 對북한 경제적 지원을 포함한 남북 경제교류및 협력문제를 논의한다는 기본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것이 핵투명성만 보장되면 북한에 대해 무상원조도 하겠다는 정부방침으로 알려진 것이다.문제를 더 꼬이게한 것은 이같은 보도가 나간 뒤에도 경제기획원이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는점이다. 추진하고 있는 일이 공식발표전에 보도되면「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자료를 잘 내던 기획원이 가만히 있자 무상지원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약간의「배려」만 한다면 무상원조란 용어는쉽게 쓸 수 없다.이 용어에 북한당국이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남한은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곳이라고인민들을 교육시켜 왔는데 거기서 공짜원조를 받 을 경우 설명할수 없는 矛盾에 빠지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체제에 대한 스스로의 부정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북한권력층은 걱정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과의 교류를 확대해 나가면서 우리측이 가장 신경써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창고에 쌓여 있는 쌀을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보내자는주장이 자주 나오고 있으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은 것이다.
더 잘 사는 우리가 북한동포를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감상적인 접근법으론 남북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상대방의 입장을 잘 헤아리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협력의 기본조건임을 모두가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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