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김정일의 장래 개혁.개방대세에 따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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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金日成 北韓주석이 세상을 떠났다.이에따라 金日成의 시대도 마침내 종말을 고하게 됐다.
지미 카터 前美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위기로 치닫던 북한핵 사태에 해결의 밝은 빛이 드리우고 남북정상회담 준비가 활발히 진행되는 시점에서 金의 사망은 사태의 긍정적 발전에 먹구름이 가린 것을 의미하는 것이자 동북아 안정과 발 전에 있어서도 불확실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金日成은 평생 강경한 정통적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굳건히 지켜온 인물이다.그는 이런 점에서 스탈린.毛澤東.胡志明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할 수 있다.金日成이 택했던 강경한 공산주의이데올로기는 현재 中國.越南과 일부 공산주의 국 가들이 취하고있는 개혁.개방의 온건노선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아마 金日成의눈에는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常軌를 벗어난 것이며 자본주의로의 복귀이자「自殺정책」을 실시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의 조류는 이같은 강경노선의 공산주의자들이 날로 줄어드는 추세다.金의 사망은 이같은 강경 공산주의자들의 대열에서 중추적 역량이 떨어져 나간 것이자 정신적 지주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시기가 다소 빨라질 수도,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金日成이 강경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견지해 왔다고는 하지만그렇다고 완전히 강경 노선만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최근 그가핵카드를 계속 내밀었던 것으로 보아 북한이 직면해 있던 고립상태에서 하루속히 벗어나려 했으며 이 목적을 달 성키 위한 책략으로 핵카드를 사용한 것이라 할수 있다.金日成은 국가 통치에서매우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그는 어느때 어떤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지,또 그 노래는 어떤 표정으로 불러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中國의 전통극인 京劇의 극중 인물은 얼굴색에 따라 상징하는 성격이 각각 달랐다.흰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악한 자를,붉은 얼굴은 선한 자를 나타낸다.최근 北核위기에서 金日成은 부하들에겐흰 얼굴로 노래를 부르게 한 반면 자신은 붉은 얼굴로 노래를 불렀다.물론 어느때 흰 얼굴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또 누가 어떤 색의 얼굴로 노래를 부를 것인지 하는 사항들조차 金日成 자신이 결정해왔다.
70년대 毛澤東은 국제고립 상태를 벗어나고 국제적으로 힘을 얻기 위해 탄력적인 외교정책을 구사,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함으로써 막다른 상황에서 출로를 찾아냈다.毛澤東 외교의 걸작이라 할수 있다.
金日成이 타계하기 전 한동안 사용했던 외교수단 역시 毛와 같은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金日成은 그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하는 순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따라서 그의 후계자들은 그가 이루지 못한 목표를달성키 위해 적극 노력할 것으로 예견된다.핵으로 야기된 위기를자신들에게 유리한 에이스 카드로 바꾸려 하는 시도는 한반도에서전쟁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옛말에『한 사람의 평가는 그가 죽은 후에야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역사에는 죽은 후에도 평가가 불가능한 인물이 있고 어떤 인물은 죽은지 몇십년이 지나야 비로소 평가가 가능한 경우도있다. 세계공산주의 지도자중 25년 이상을 집권하고 세상을 하직한 경우는 스탈린.티토.毛澤東,그리고 金日成등이다.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집권기간 유례없는 권력을 누렸었다.
金日成은 일본 패망 후 근 50년동안 북한을 통치해왔다.이는반세기라는 기나긴 세월이자 근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세계가 겪어온 과거사가 말하듯 지도자가 막강할수록,집권기간이 길수록 그가 세상을 떠난후 벌어지는 정치적 동요와 변화가 격렬하고 빠르다.
어떤 이는 전임 통치권자의 권력을 이어받기 위해 전임자의 통치이념과 정책을 계속 고수하려 하지만 전임자의 권위와 비호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또다른 이는 전임자가 물려놓은 불합리한 정책을 바꾸려 시도한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양쪽 세력들간 투쟁이 벌어지고 변화가 일어나게 마련이다.투쟁의 정도가 가벼우면 정국의 동요에 그치지만 정도가 심하면 쿠데타가 발발해 무력충돌이 일어나게 된다.이런 연유로 金日成시대가 마감된후 북한정국의 발전은 필 연적으로 주변 국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게돼 있다.
물론 북한이 향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필자는 金日成시대의 마감으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위대한 이상이 앞당겨 실현되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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