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슈트키드의낮과밤>25.다양한 경험(유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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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럽은 학비가 전혀 안드는데다 장학금등 각종 혜택도 후해「유학생의 천국」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어의 특수성과 유학정보 부재,독특한 유럽의 학제 때문에 아직까지 영국을 제외하고는 초.중.고 유학생 파라슈트 키드가 낙하할 지점은 거의 없다.
영국의 경우 한국 유학생은 언어 연수생을 포함,현재 1천5백여명. 외국 유학생을 겨냥한 언어연수원(Language School)과 2~3년전부터 각 대학에서 외국인 유치를 위해 시험없이 1년간 임시로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한 파운데이션코스(Foundation Course)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Million Pounds Business)로 불린다.
『유학원에서 파운데이션 코스에 학생을 넣어주면서 마치 영국의명문대학에 입학시켜주는 것처럼 속이지요.그러나 파운데이션 코스를 끝내더라도 대학에 진학한다는 보장이 없고 언어나 수학능력이만족할만한 수준에 다다르지 않으면 쫓아냅니다.』 駐英 한국교육원 姜寅秀원장은 92년 6명의 조기 유학생들이『유학원에 사기당했다』며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찾아달라고 호소했지만 방법이 없어 한국으로 돌려 보냈다고 했다.
조기 유학생이 아닌 일반 유학생들에게도 유럽 유학은 순탄치만은 않다.
유럽 특유의 독특한 교육방식으로 학위 취득에 실패,눈물을 뿌리며 귀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독일 국토의 한가운데 위치한 대표적인 대학도시 괴팅겐.
이곳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琴모씨(32)는『엄격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로 말썽을 피우는 유학생들은 적지만 고독과 학업 스트레스로 많은 유학생들이 속으로 멍든다』며『미국 유학이 아스팔트로 포장된 고속도로라면 유럽 유학은 꼬불꼬불한 농토길 에 겨우 시멘트 포장이 된 정도』라고 표현한다.
경제적 부담이 적은데다 최근까지 학위 취득 기간에 대한 제한도 없어 조기 유학생이 드문 대신 장기간 체류하며 학위를 따는「늙은 유학생」들이 많다는 것이 독일 유학의 특징중 하나.
『수업에 출석해야할 의무도 없고 교수들로부터도 별다른 재촉이없어 마냥 늘어지기 쉬운 곳이 독일』이라고 琴씨는 전한다.
유럽 유학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라마다 다른 학제를 이해해야 한다.
독일은 고교과정이 우리보다 1년 6개월 정도 더 길어 만20세에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졸업은 능력별로 이뤄져 최소 8학기를 이수하면 대학졸업시험에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 유학생들이 학부에 들어가려면 무엇보다 독일어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또 법학.의학.사범계열등은 별도의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합격하면 곧바로 석사에 해당하는 학위를 받게된다.
모든 대학이 국립으로 연 1백20마르크(6만원)정도의 학생회비를 제하곤 학비가 전혀 없으며 생활비는 평균 1천3백~1천5백마르크(65만~75만원)가량 든다.
프랑스 대학은 모두 국립으로 평준화돼 있다.
학제는 우리나라 학부 1.2학년에 해당하는 1기,학부 3.4학년과 석사과정인 2기,마지막으로 박사과정인 3기로 구별된다.
1기의 입학은 매년 2월께 치르는 어학시험 결과에 따라 결정되며 2기에 편입하려면 어학시험 외에 각 대학에서 실시되는 학력인정시험을 거쳐야 한다.
한편 일반대학 외에 프랑스가 자랑하는 「그랑제콜」이란 독특한교육기관이 있다.
이 학교는 「바칼로레아」란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고 2~3년간의예비반을 마친뒤 치열한 입학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학비는 역시 무료며 생활비도 독일과 비슷하게 든다.
영국은 학부의 경우 A레벨시험이라는 영국 특유의 시험을 거쳐야만 원칙적으로 입학할수 있었으나 유학생은 파운데이션 코스를 거쳐 어학시험을 통과할 경우에 한해 학부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이후 마지막 학년때 졸업시험을 치르게 돼있다.
영국은 독일.프랑스와 달리 非유럽연합(EU)학생들에겐 연간▲문과 7천파운드(8백60여만원)▲이과 8천파운드(9백80여만원)의 비싼 수업료를 받고 있어 한국 유학생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브뤼셀=南禎鎬특파원] 다음회는 「물가高를 헤쳐라(日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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