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조문이라니…”/일부 야의원 국회서 주장… 비난 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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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운동권선 애도유인물 돌리기도
김일성 사망에 대해 야당의원들이 국회에서 정부가 조문사절을 보내거나 조의를 표명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기해 역사를 망각한 망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이러한 한심한 작태에 일부 급진좌경 운동권 학생들까지 가세해「김일성 애도―김정일찬양」유인물을 돌려 국민적 반감이 고조되고 있고 우리의 이념적 좌표에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11일 열린 외무통일위에서 민주당 이부영의원(서울강동갑)은 『김주석 사망뒤 북한의 전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대단히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뒤 『북한 주민의 심리상태를 고려, 조문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민주당의 임채정의원(서울노원을)은 『동양적 정서에서 지도자의 사망에 대해 조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조문을 촉구했다.
행정위에서 장영달의원(민주·전주 완산)은 『정상회담의 당사자로 인정했던 김주석의 죽음에 조의를 전하고 북한 주민을 위로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무통일위의 남궁진의원(전국구)도 『남북 화해와 협력이라는 기본 입장에서 볼때 조문단 파견이나 조의를 표명할 용의가 없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자당의 노재봉의원(전국구)은 『북한이 상호주의를 지키는 것도 아닌데 통일원의 국회 보고자료에 깍듯이 「김일성주석」운운하는 바람에 조문단 얘기까지 나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정부측을 비판했다.
외무통일위에서 안무혁의원(민자·전국구)과 행정경제위에서 조용직의원(민자·전국구)은 『6·25 전범인 김일성에 대한 정부 평가가 조속히 내려져 국민의 정서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답변에 나선 이홍구통일부총리는 『정부로선 조문단 파견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여기엔 국민적 합의가 없다』고 말했다.
서청원정무1장관은 『일부에서 김일성이 인간적으로 호도되고 있는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국민정서를 고려해 김일성이 미화되지 않도록 언론계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전직의원 모임인 헌정회는 「김일성사망 시국에 대한 우리의 주장」이란 성명을 발표,『북의 대남전략에 일대 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일성사망을 애도하는 국내 일각의 정서와 이를 부추기는 세력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자당은 12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무분별한 주장이라며 우려를 표시했고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부 의원의 사견일뿐 당론이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박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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