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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저를찾아서>3.도덕적인간과 비도덕적사회-라인홀드니버著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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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신학자.정치학자.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라인홀드 니버의『도덕적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Society)는 니버가 자본주의의 폐해가 그 어느 지역보다 심했던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15년간의 목회활동 을 끝낸 4년뒤에 펴낸 것이어서 신학서라기보다는 사회윤리적 측면이 강한 책이다. 이 저서가 나온 1932년은 니버가 디트로이트에서 목격한빈부격차등 사회현실에 대해 다소 과격한 어조로 공격하고 나서던해였다.그의 비판 대상은 자본주의 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면서도 경건한척하는 기독교인들의 위선,노동 착취를 보고도 노동자들에게 근면과 인내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기독교 등 아주다양했다.
니버가 다른 많은 신학자들과 구별되는 점도 바로 현실문제에 대한 관심을 끝내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현대 기독교가 사회문제에 개입하는 경향을 지니게 된 것도 니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중론이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발표하면서 그는 폭력을 거부하던 평화주의 신조를 버리고 철저한 기독교 현실주의자로 변신한다.여기서 말하는 기독교 현실주의란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대상황에 맞게 도덕원칙을 적용하는데도 유연 성을 보여야한다는 것.
당시 뉴욕의 유니언신학대학 강단에 서고 있었던 니버는 이 책하나로 일약 세계적 신학자 반열에 오름과 동시에 철학자.정치학자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다.유니언신학대학 역시 니버와의 인연으로 세계적인 신학대학으로 자리잡았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는▲인간과 사회▲사회생활을 위한 개인의 합리적 원천들▲민족의 도덕성▲혁명을 통한 정의▲개인의 도덕과 사회의 도덕 사이의 갈등 등 10개 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내건 명제는 개인의 도덕성과 집단의 도덕성간의 기본적 구별에 관한 것이다.사람은 일개 개인으로서는윤리적일지 모르나 경제적으로나 민족적으로 집단을 이루면 비도덕적으로 변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다시말해 크든 작든 집단은 개인이 모인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라 그 자체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중요한 생리를 지닌다는 설명이다.국가와 계급의 이기주의와 위선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반어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국가 이익의 추구에도 윤 리적 목표를지녀야 한다는 말이 된다.바로 이 한가지 주장만으로도 그의 사상은 사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데올로기의 경직성에 따른 공산주의의 몰락을 정확히 예견해 지난번 동구권 붕괴때 새롭게 평가받기도 했다.
책 제목의「사회」는 바로 이런 모든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단체의 비도덕성은 민족이나 국민등 그 단위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악화된다.니버는 미국이 필리핀을 식민지화하면서 필리핀 국민에 대한 교육과 개화를 내세워 식민지화를 정당화하 려는 위선을 보였던 역사적 사실을 통해 국가의 비도덕성을 드러내 보이고있다. 이처럼 국가가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다른 나라의 폭력을 응징하기 위해 또다른 폭력이 동원되는악순환이 계속된다.이런 현상을 가리켜 니버는 한마디로「사회는 끊임없는 전쟁상태」라고 단언한다.
그러면 비도덕적이게 마련인 사회에서 정의구현은 어떻게 이룰 것인가.이런 물음에 대해 그는 신학자이면서도「한쪽 뺨을 때리면다른 쪽 뺨도 내주라」는 기독교적 가르침을 과감하게 내팽개친다.간단히 말해 지배계층의 착취에서 벗어나 사회정 의를 되찾기 위해서는 힘의 대항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는데 그것은 원수를 사랑하는 도덕적 행위가 초래할 사회적 결과나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톨스토이는 차르정부에 반기를 든 러시아 농민들을 향해 비폭력을 호소했다.그런 톨스토이의 정치강령은 매우 비현실적이었다.즉 사랑이라는 종교적 이상만 강조했지 강제력이라는 정치적 필요조건을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이다.톨스토이의 가르침은 지배집단의 정치.경제적 억압에 대항해 일어나는 저항세력을 무마시켜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피동성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못하도록 하는데 일조했을 뿐이다.』 ***국내에는 소개 늦어 그는 아울러 힘의 불균형에 따른 사회모순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그 불균형 상태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힘의 불균형이 생기게 된 배경과 원인을 규명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적 상황이 암울했던 지난 50년대부터 지식인들 사이에서 원서로 널리 읽혔다.
그러나 국내 번역본은 책의 명성에 비해 다소 늦은 지난 72년 기독교서적 전문출판사인 현대사상사에서 나왔다.지금까지 현대사상사본은 22쇄를 거듭하면서 사상서로서는 생명력이 상당히 질긴 책으로 손꼽히고 있다.한가지 흠은 22년동안 개정판이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그만큼 문장이 난해하다.
이에 지난 92년에 문예출판사가 훌륭한 책을 독자들에게 서비스한다는 뜻에서 이 책을 다시 번역 출간했다.문예출판사본 역시지금까지 4쇄를 찍었다.
문예출판사의 田炳晳사장은『60년도 더 지난 책이지만 도덕성과이성의 회복을 갈파한 점은 현시대 상황과도 꼭 맞는다』고 말했다.田사장의 말대로 니버 역시 지난 60년도 개정판 서문에서『많은 문제에 대해 생각을 바꾸긴 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은 이 책의 중심 주제를 반박하기보다는 더욱더 입증하고있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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