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 소식 주말오후 온 국민이 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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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말 정오에 날아든 긴급뉴스에 전국이 경악했다.16일 앞으로다가온 분단 49년만의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金日成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시민들은 충격과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반응으로모두가 일손을 놓고 속보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 이었다.『북한은앞으로 어떻게 되나』『정상회담은』『통일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신문.방송사에는 또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듯『정말 죽은 거냐』는 시민들의 확인전화가 줄을 잇기도 했다.광화문과 과천 종합청사.이북5도청등 관계부처도 놀라움으로 술렁이는 가운데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긴급회의를 갖는등 부산한 모습이었다 .
◇거리=대부분 점심식사중 TV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믿기지않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들로 역.터미널.시장.상가마다 TV앞에 지켜앉아 속보에 귀를 기울였다.
각 언론사에는 사망사실을 확인하려는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시민들은 앞으로 북한의 변화가 통일에 미칠 영향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한편 실향민이 많이 살고 있는 경기도의정부시내에는 정부의 공식확인발표가 있기 2시간여전인 오전10시쯤부터『金日成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아 시민들이 일손을 놓고 앞으로 남북관계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는가하면 월남한 친지들 에게 전화를걸어 소식을 전하는등 분주.
황해도 황주가 고향인 李모씨(72)는『모처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기에 죽기전에 고향에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또다시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했다.
◇관가=낮12시 직후 金日成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과천 정부종합청사등 관가에서는 점심시간을 맞아 식당가를 찾았던 공무원들이속속 사무실로 돌아와 언론기관에 확인전화를 하고 계속되는 TV뉴스를 시청하느라 업무가 마비됐다.특히 교육부등 장관이 청와대보고등 외부일정으로 사무실을 비운 행정부처들은 퇴근시간을 넘기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金日成의 사망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또 일부 부처들은 주말 점심시간을 맞아 급작스레 알려진 金日成 사망소식으로 비상연락망을 통해 간부들을 긴급소집하는등 혼란을 빚기도 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별도의 지시가 있을때까지 검사 전원과 사무관이상 간부직원의 대기를 지시하는등 긴장된 분위기.
이와함께 전국 교정시설에 대한 비상경계령을 내리는 한편 전국공안검사들로 하여금 대국민 동향파악과 이에대한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金斗喜법무장관과 金基錫차관및 실.국장등은 이날 오전 대법관으로 제청된 池昌權 법무연수원장의 퇴임식에 참가한뒤 오찬을하던중 연락을 받고 속속 과천 법무부 청사에 도착,대책을 논의했다. 법무부 간부들은 金주석의 사망이 남북회담에 미칠 영향,이에따른 국민들의 동요에 따른 대책,이같은 분위기를 틈타 일어날 지도 모를 각종 범죄대책등을 심각하게 토의했다.
崔炯佑내무장관과 李孝桂차관은 이날 낮 호텔신라에서 방한중인 중국산동성장 일행과 오찬을 하다 비서진으로부터 사망사실을 전화통보받았다.
崔장관은『김일성주석이 죽은 것이 사실이냐』고 비서진에게 거듭확인한 후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金和男경찰청장에게 전화,경찰의경비강화 지시하고 오후2시로 예정된 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로 떠났다.
통일원은 北韓 중앙방송이 金주석 사망소식을 보도하자마자 宋榮大차관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南北정상회담.南北관계에 미칠영향과 대응책을 숙의.
통일원측은 우선 그동안 준비해 두었던 金주석 死後 北韓정국 시나리오를 재점검하는 한편 金주석의 정확한 사망원인과 北韓내부움직임등 정보수집에 총력.
외무부는 金日成 사망시에 대비해 미리 마련해둔 비상대책에 따라 재외공관등에 북한동향 파악에 주력토록 긴급 지시하는 한편 사망원인과 배경등에 관련된 정보들을 모두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외무부는 또 朴健雨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金日成 사망 비상대책반을 구성했으며,모든 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대책마련을담당토록 했다.
◇대학가=서울대 총학생회 崔모군(22.경제)은『한반도 평화가정착돼가는 과정에서 돌출된 변수라는 점에서 안타깝다』면서『그러나 北韓이 오랜 기간동안 金正日체제로의 권력승계 준비를 해온 점에 비춰 무리없는 권력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 상되는 만큼 金正日을 상대로한 대화.통일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총학생회 문화국장 鄭진헌군(26.국문)은『金日成주석의 역사적 활동은 민족적 관점에서 올바로 평가돼야 할 것』이라면서『사망사건이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로 승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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