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초대석>월드컵축구대표 감독 짐벗은 김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한국축구가 94미국월드컵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2무1패(득4.
실5).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목표인 「월드컵 16강」진출에 실패함으로써 빛이 바랜게 사실이다.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축구가 독일.스페인등 세계 정상급의 강호들과 맞서 선전,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것은 무엇보다 큰 성과로 평가된다. 미국월드컵무대에서 한국팀을 이끈 金浩 前감독을 「스포츠초대석」에 초대해 아쉬움을 남긴 이번 월드컵을 되돌아보고,앞으로 한국축구가 나아가야할 방향등을 알아본다.
金감독은 92년7월 첫 전임감독으로 월드컵사령탑을 맡았으며 지난2일 계약만료로 물러났다.
-시원섭섭하시겠습니다.그동안 남모를 애환도 적지않았을텐데요.
▲사실 저에겐 이번 미국월드컵이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평소제 축구인생 40년을 평가받는 필생의 무대로 여겨왔기 때문입니다.이때문에 누구보다도 준비를 많이 해왔다고 자부합니다.결과는비록 흡족하지 않습니다만 저로선 최선을 다한 결과였으며 조금도후회는 없습니다.끝까지 저를 믿고 따라와준 선수들,특히 아무런불평없이 벤치를 지켜준 선수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쉬운 게임은 없었습니까.
▲볼리비아전을 두고 하는 말 같은데요.솔직히 볼리비아는 그동안 한국언론으로부터 너무 평가절하돼 왔던게 사실입니다.24개 본선 출전팀중 어느팀 보다도 해외전지훈련을 많이 갖는등 사전준비를 충실히해온 팀이었습니다.특히 수비로부터 공격 으로 전환하는 빠른 스위치 플레이는 놀라울 정도였지요.요는 결과적으로 한국이나 볼리비아나간에 승부를 냈어야한다는 점에서 후반 막판에 밀어붙이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은 있습니다.
-독일전 막판의 파이팅은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당시 경기를 마친후 독일기자들의 질문공세도 받았습니다만 제가 경기전 주문한것은「후회없이 맞서보자」는 한마디뿐이었지요.다행히 선수들간에 「한번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고조된 탓에 후반공세를 펼수 있었다고 봐요.그것은 선수 스스로의 관리능력과 투쟁정신의 발로임에 분명합니다.
-미국월드컵의 특징을 꼽는다면.
▲심판들의 판정이 엄격해진 점이지요.공격자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백태클 금지라든가,비신사적 행위에 대한 과감한 제재등은 획기적인 조치였습니다.전술상의 변화라면 기존의 4-4-2시스템이 주류임에도 특히 수비조직만큼은 一字수비가 대종 을 이루더군요. 역시 조직력을 바탕으로한 개성있는 플레이에 역점을 두기는출전팀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이를테면 독일축구는 공격의 선이 굵고 수비의 파워가 넘쳐나는데 반해 브라질은 공.수에 걸쳐 섬세하면서도 정확성이 돋보이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습니 다.따라서한국축구가 이들 축구선진국들에 맞서 힘을 갖기 위해서는 특유의순발력과 근성에 초점을 맞춘「한국형 모델」을 개발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型모델 개발을 -이번 미국월드컵이 준 교훈은.
▲준비를 많이 한 팀이 역시 강팀이라는 사실이지요.한국선수단이 그나마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실은 이곳의 기후조건.잔디사정등을 충분히 파악,실전에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이번 선수단이 역대 어느 선수단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있었고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펼칠수 있었던 것도 실은 이같은 철저한 준비 덕택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후임사령탑에 비쇼베츠기술고문이 취임했는데요.
▲비쇼베츠씨는 분명 능력있는 지도자며 저역시 그의 성공을 기대하고픈 심정입니다.그러나 그가 한국축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응하는데는 상당기간이 걸릴 줄 압니다.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며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기대해서는 곤란합니다.이왕 사령탑을 맡긴 이상 믿고 투자하는 자세가 소망스럽습니다.
***아시아를 벗어나야 -축구계에 바라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이제 한국축구는 아시아무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98프랑스월드컵을 대비해야합니다.대회비중을 신중히 따져 이에 걸맞은 대표팀 운영체제를 갖추는게 중요할 줄 압니다.명실상부한 대표팀은 월드컵만을 겨냥토록 하고 대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 임등은 이에 알맞는 대표팀을 따로 구성,대비토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합니다.이점에서 78아르헨티나월드컵 당시 홈팀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명장 메노티감독의 복수대표단(4개팀)구성.운영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앞으로 계획된 일은 없는지요.
▲고향인 충무로 내려가 국민학생등 꿈나무 선수들을 키우면서 당분간 쉬겠습니다.
〈全鍾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