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5분만에 깨진 윤학길 100승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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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東熙야,어떻게하든 2이닝만….』 8일 부산 사직구장.한화와의 경기에서 8회초 마운드를 후배 朴東熙에게 넘겨주고 내려온 尹學吉의 두손에는 땀이 고였다.
6-5.1점차의 리드가 불안한 것도 있었지만 2이닝만 넘기면갈망하던 통산 1백승고지에 오른다는 설렘때문이기도 했다.통산 97승에서 올시즌을 맞은 윤학길은 어떻게 하든 1백승을 빨리 채우고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하지만 시즌 여 섯번째 선발로나온 지난 5월28일 잠실 OB전에서야 98승째를 올렸고 99승째(6월28일 부산 해태전)까지는 정확히 한달이 더 걸렸다.
지난해까지 97승을 쌓아왔지만 1승을 올리기가 이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金始鎭(당시 삼성)-崔東原(당시 삼성)-宣銅烈(해태)-張浩淵(OB)으로 이어진 통산 1백승 투수들이 크게만 보였다. 최근의 박동희는 믿을만했다.올시즌 마무리로 전향하면서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도 눈에 띄게 안정됐고 시즌 22세이브 포인트로 구원부문 2위에 올라 있었다.한화의 공격이 중심타선인 3번부터라는게 걸리긴 했지만 朴이 최근 11연속 구원성 공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꿈이 깨지는데는 채 5분도 안걸렸다.朴은 단 7개의 투구만에 연속 3안타를 허용,윤학길의 승리를 날려버렸다.그리고는 후속타자 타석때 폭투로 1점을 더 내줘 8-6으로 역전패,자신의 연속구원 성공 행진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다섯번째로 통산 1백승의 주인공이 된다는 설렘은 아쉬움으로 변해버렸다.그러나 자신의 아쉬움보다 오히려 팀의 패배와 자신에게 미안해할 후배가 더 안쓰러웠다.
〈李泰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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