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난무 공직풍토(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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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승주외무장관이 화를 낸 것은 당연하다.4급이상 외무부 부내인사를 하는데 있어 청와대·국회등 외부 유력자들이 인사청탁을 해오니 인사권자로서 심기가 편할리 없고 그런 분위기에서 공정한인사가 될리가 없기 때문이다.한장관이 이례적으로 전체 직원이 모인 조회에서『외부세력을 이용해 인사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것은 외무부 전체를 얕보는 무례한 행태』라고 지적한 것도 옳은 말이다.이런 인사청탁은 당연히 근절돼야 한다.
우리는『인사가 만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김영삼대통령의 정부에서 끊임없이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어나는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잡음중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낙하산 인사다.정부출범 초기라면 새로운 시정포부에 따라,또는 집권공로자에 대한 배려로 일정한 범위안의 정치적 인사가 불가피함은 누구나 인정한다.그러나 집권1년이 넘었는데도 낙하산식의 인사가 계속 이 뤄지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이미 수많은 낙하산인사로 국회에서까지 논란된 적이 있는데도 최근까지 그런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칠전에도 환경문제와는 전혀 관련없는 정계인물이 환경관련기관이사장에 임명돼 관련부처 공무원의 반발을 샀다.환경처 산하기관 10명의 임원중 8명이 낙하산인사였다니 기가 찰 일이다.
이밖에도 우리가 알기에 정부투자기관이나 각종 협회등에 민주계니,대선유공자니 하는 사람들을 밀어넣으려는 인사압력·청탁이 요즘도 많다고 한다.많은 기관장들이 이런 압력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어떤 직장이고 빈자리가 생기면 수십명 ·수백명 직원들이 연쇄승진을 기대하게 되는데 외부에서 자격도 없는 엉뚱한사람이 밀고 들어온다면 그걸 막지 못한 기관장의 리더십은 큰 손상을 받게 되고 그 직장의 인화·사기에도 금이 갈 것은 뻔한일이다.
이런 낙하산인사 말고도 정실·편파인사도 문제다.문민정부의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일이 없어야 할텐데 인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이른바 D고인맥이니,PK출신이니 하는 소리들이 다 그런 예다.얼마전 차관급 인사에서도 듣기 거북한 가십이 흘러나왔고 임기직 공직자가 임기를 남겨두고 퇴진하는 사례도 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보아 출범 1년이 넘도록 인사에 질서가 잡히지 않는 것 같고,누구나 납득할 객관적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인상이다.
한동안 뜸하던 외무부의 인사청탁이 이번에 장관이 화를 낼만큼 다시 도진 것도 이런 전반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가뜩이나 복지부동이란 판에 이런 인사청탁 풍조나 낙하산·정실인사 등으로 공직사회의 불안·부화요인이 조성돼서는 안될 일이다.정부는 인사잡음이 근절되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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