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슈트키드의낮과밤>22.말많은 필리핀 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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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필리핀만큼 유학 목적이 특화돼있으면서도 말썽 또한 많은 지역도 없다.
필리핀의 한국 유학생은 1천여명(교민발행 주간 마닐라 포스트紙 추산).이중 50%가 치대,35%가 약대,10%가 의대생으로 전체 유학생의 95%가 의학계통이다.나머지 5%는 관광경영학과.영문학과등 문과계통.
『몇년전 국내에서 가짜 박사학위로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필리핀 이스트大 근처의 렉토街에 가면 가짜 학위를 만들어 수만달러를 받고 파는 범죄조직이 있습니다.그래서 렉토街를 「렉토대학」으로 부르기도 하지요.』 연세대 신학과 출신으로 필리핀 데라살大 대학원에 유학,상담심리학을 전공한뒤 현지에 눌러앉은 교민朴현모씨(44.파이어니어여행사 부사장)는 문과계통 유학생이 없는 이유를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더구나 「파라슈트 키드」에 해당하는 중.고교 조기 유학생은 1명도 없을 것이라고 朴씨는 단언한다.
『몇년전까지 같은 아시아권 국가면서 영어를 사용하고 생활비가저렴하다는 이점 때문에 미국 유학의 준비기지로 필리핀 조기유학을 고려한 학부모들이 가끔 문의했지만 이곳 학교 수준을 알아보고는 포기하더군요.』 필리핀 한국 유학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의사 유학도 이제는 끝물이다.
국내에선 학문수준이 형편없는 저질이라느니,의사면허시험 응시전에 예비시험을 보게 해야 한다느니 하며 말도 많았지만 올초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외국학위 취득자는 현지 의사 면허를 갖고 있어야 국내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 한했다(이번6월학기 입학생에 대해서만 졸업증명서로 응시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인정).
필리핀에서는 시민권을 갖고 있어야 현지 의사면허를 딸 수 있으니 한국 유학생으로선 옴짝달싹 못하는 올가미가 씌워진 셈이다. 그러나 현재 유학생들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인생을 건 한판승부입니다.하루 12~14시간 책상 앞에 붙어앉아 공부하다 엉덩이가 짓물러도,도마뱀과 바퀴벌레가 우글거려도 하얀 가운을 생각하면 다 참을 수 있지요.』 전남대 자원공학과 출신 朴俊宣씨(26)는 당찬 결의를 보인다.
유학생은 마닐라.케손.마카티등 3개市로 이뤄진 수도권(메트로마닐라) 대학에 1백명 정도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다구판.세부市등 두 지방도시에 집중돼 있다.
유학정보는 선배.친지를 통하지 않으면 얻기 힘들며 국내 단한곳뿐인 필리핀 전문 베델유학원도 생생한 정보는 주지 못한다.
유학은 필리핀에 일단 들어가 문교부 주관 국가대학입학시험(NCEE)에 우선 합격해야 한다.영어.수학.IQ및 정신력테스트.
논리학등이 시험과목이지만 필리핀대학 1학년은 우리로 치면 高2에 해당하므로 웬만하면 모두 60점 이상으로 합격 한다.
유학생들은 21일간 유효한 비자로 입국해 59일짜리로 연장,대학의 입학허가를 받은 뒤 유학비자(2년)를 얻을 수 있다.2년후에는 6개월마다 전학년 성적표를 갖고 이민국에 가서 2백~3백페소(1페소 약 32원)의 수수료를 내고 비 자를 연장해야한다. 수도권의 파티마의대 4년 C씨(28)는 『유학생 대부분이 처음부터 아예 지방대학에 들어가며 수도권대학 입학생도 철새처럼 지방대학으로 옮겨갑니다.전체 커리큘럼의 약 50%가 실습이고 빡빡해 면허시험 준비가 어렵기 때문입니다.전학은 세번 가능합니다』고 했다.
마닐라 내셔널大 치대 학장 그레그리오 가브리엘씨(60)는 한국 학생의 지방집중에 대해 『일부 지방대학에서는 과목당 5천페소 정도를 학교당국이나 교수 개인에게 내면 수업시간에 한국책을꺼내놓고 면허시험 준비를 해도 눈감아주기 때문』 이라고 했다.
인하대 경영학과 졸업후 2년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89년 필리핀 마닐라의 이스트大에 유학온 申相浩씨(35.치대 4년).
『수도권의 치.의대는 클리닉 실습이 한국보다 세배는 더 많아「환자 쇼핑」을 합니다.3~4학년때 모두 3백명의 환자를 보아야 졸업이 가능해요.필리핀 사람들을 실습하기 위해 재료대. 항생제를 대주고 교통비.점심값도 주지요.』 서울의 베델유학원은 1명당 필리핀 유학 연간 비용을 4천2백달러(약 3백40만원)에서 1만2천달러(약9백70만원)로 잡고 있으나 생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金泳燮기자〉 ……………………………… 다음회는 「중국을 알자,붐비는 北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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