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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무용가 崔承喜사진집 韓日서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월북 무용가 崔承喜의 일대기를 보여줄 사진집이 올 9월말 玄海灘을 사이에 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판된다.태평양戰前과戰中 일본에서 활약하며「유랑의 무희」라고 불리던 최승희는 특출한 미모와 뛰어난 예술성으로 인기를 누리며 영화 나 광고에서 대중의 영웅으로 자리잡았었고 세계적 수준의 朝鮮예술가로 각광 받았었다.
최승희는 민족의 자존심을 중히 여겨 최후까지 일본이 강요한 창씨개명을 거부했으나「친일파」「공산주의자」등의 비난을 받아 46년 북한으로 넘어가 무용활동을 계속했었다.이번 사진집은 광복50년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무용연구가 鄭昞浩씨 (67.중앙대 명예교수)와 金容權씨(46.재일동포.프리랜서작가)의 그간 집념어린 최승희 연구노력이 결실을 보게 된 것으로 韓日무용계에서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승희는 1911년 서울태생으로 15세되던 해 현대무용의 대가이던 이시이 바쿠씨의 제자로 들어가 조선무용을 소재로 한 창작무용으로 관객을 매료했다.노벨상 수상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히노 아시헤이같은 저명 문화계 인사들도 모두 그의 열렬한 팬이었음은 물론이다.
미국.프랑스.소련.중국의 해외공연만도 수십회에 이르러「코리안댄스」로 명성을 날렸으며 동경 제국극장에서 20일간의 공연은 연일 초만원을 이루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광복후 북한에서 최승희무용연구소를 설립했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 의원을 역임했으나 한국전쟁기간중 중국으로 피난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뒤 북경에서 중국인의 무용을 가르치다 귀국후 결국 주체예술에 맞지않는다는 이유로 숙청되었고 60년대 후반부터 소식이 끊어져 사망한것으로 알려졌다.
鄭씨와 金씨는 그간 모은 약6백장의 최승희 사진중 이번에 약4백장을 사진집에 게재할 예정이다.
鄭씨는 지난 43년 광주극장에서 최승희를 처음 보고 매료돼 그녀의 팬이된 이후 평생 그녀를 연구해왔고 5년전부터는 그녀의관련인물이 많은 북경이나 연변의 조선족 자치주는 물론 러시아나베트남까지 찾아가 약 90명의 관계자들로부터 사진 수집과 취재활동을 벌였다.
鄭씨는 사진집발간에 즈음한 11월께는『최승희평전』을 함께 출간할 계획이다.
일본 국내에 있는 사진은 金씨와 작가인 다카시마 유사부로(전東寶社.중앙공론사 예능기자로 지난해 작고)가 나서 수집한 것으로 鄭씨와 金씨는 서로 같은 일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3년전에 鄭씨가 金씨를 찾아 장래 사진집을 내기로 의기투합 했었다. 이번 사진집에 실린 사진내용은 단순한 무대공연사진 이외에 그녀의 친구나 지인과 함께 찍은 스냅사진들이 다수 실려있으며 呂運亨과 함께 찍은 사진등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진귀한 사진들이 다수 실려있다.
鄭씨는『한국에서는 친일파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북한으로 넘어갔으나 비극의 무희가 지녔던 예술세계만은 정당하게 평가해보고싶었다』고 출판 동기를 밝혔다.
일본의 金씨는『최승희는 재일동포들에게 한민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불어넣은 위대한 예술가』라며『이번 사진집에는「왜 이제와서 최승희를 거론하는가」라는 글과 함께 다카시마.정병호대담등의 인터뷰를 함께 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崔 勳.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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