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법관 제청된 李敦熙 民協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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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법조인들의 하는 일 자체가 바로 인권을 위한 것인데「인권변호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특별한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잘못입니다.』 7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간 각종 시국사건 변론을 맡아오다 5일 새 대법관으로 임명제청된 李敦熙변호사(56.民辯부회장)는 在朝에서 경험을 쌓아온 분들과 조화를 이뤄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섭니다.그동안 재조에서「껄끄러워하는」사건을 주로 맡아왔고 최근엔 대법원의 상고심사제도입을 반대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는데 제가 발탁되다니요.』 李변호사는 자신에 대한 임명제청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는 그러나『나같은 사람을 임명제청한 것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는 사법부의 노력이라 생각된다』면서『평소 在野에서 느껴왔던 사법부에 대한 바람이 실현되도록 노력해 그간 뜻을 함께 해온 동료.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66년부터 71년까지 전주지법등지에서 판사로 재직한 李변호사는 73년 변호사개업을 한 이후 주로 시국사건 변호를 맡아오면서 대학.고시 동기생인 洪性宇.黃仁喆변호사와 함께「인권변호사 트리오」로 불려왔다.
그가 법복을 벗게된 것은 계엄법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된 은명기목사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인 것이 계기가 됐다.
李변호사는 변호사 활동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유신시절3.1구국선언사건을 꼽는다.그는 당시 긴급조치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高영근목사의 변호를 맡아 대법원에서 이례적으로 원심파기판결을 받아낸 일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 한다.
『당시만 해도「말」자체가 봉쇄돼 변호사가 법정에서의 발언조차조심할 정도로 인권에 극단적인 제재가 가해졌습니다.그래도 뜻을함께 하는 동료들과 고통을 나눈 것이 보람이었지요.』 李변호사는 이같은 시국사건 변론뿐 아니라 소비자의 권리와 깊은 연관이있는 제조물 책임에 관한 法이론에 조예가 깊고 재소자에게 설문지를 돌려 재소자 처우에 관한 논문을 쓸 정도로 행형법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사법부가 일반적인 사건에는 독립성을 잘 지키다가도 특별한 사건에 대해서만 독립성이 흔들리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때문에 사법권 독립은 앞으로도 계속 견지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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